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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다시 탄력?...엔화 반등 폭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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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엔저’ 다시 탄력?...엔화 반등 폭 크지 않을 듯

美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약화에 엔화 약세 재시동...4월 日銀 금리 인상 여부에 촉각

2022년 6월15일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6월15일 일본 엔화 지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말과 연초에 반등하던 엔화 가치가 2월 들어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주 달러/엔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돌파하면서 ‘슈퍼 엔저’ 현상이 재차 국제 외환시장의 화두로 등장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원화에 대한 엔화 재정 환율도 지난주 100엔당 880원대로 몸을 낮췄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급락한 데 반해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엔/원 환율은 지난 12월에는 920원대로 반등했었다.

엔화가 다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기대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는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모두 월가 전망치를 웃돌며 인플레이션이 고질적임을 다시 입증했다.

CME 그룹의 페드워치 툴(Fed Watch tool)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의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33%로 하락했다. 연초에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80%에 육박했었다.

자연스럽게 지난해 엔화 약세를 촉발했던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 모멘텀이 재부상하고 있다.

日銀 개입 경계감 커져


달러/엔 환율이 150엔을 다시 돌파하자 일본은행(BOJ)과 재무성 정책 당국자들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지난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시장을 더욱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급격한 환율 움직임은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도 “최근 환율 움직임이 빠르다“며 ‘필요시 시장에 대해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경고했다.

일본은행은 2022년 엔화가 달러당 152엔대로 하락하며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자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이례적으로 외환시장에 세 차례 개입한 바 있다.

달러/엔 환율 150엔 이상에서는 일본은행의 행보에 대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통화정책 정상화에 촉각

중단기적인 달러 강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엔화 가치 반등을 이끌 변수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해 12월까지 1년 9개월 연속으로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상회하는 등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에 한 발 더 다가선 상태다.

그렇지만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충분한 임금 상승을 수반할 것이라고 아직 확신하지 못한다며 금리 인상을 늦춰 왔다. 일본은행은 통화정책 전환에 앞서 물가와 임금의 동반 상승을 강조하며 1월에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과 -0.1%의 단기금리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이르면 3월(18~19일), 늦어도 4월(25~26일) 정책회의에서는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1월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본은행이 4월까지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최대 노조 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3월 중순에 첫 번째 임금 협상 집계를 발표하는 만큼 일본은행이 이를 확인하고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노조 연합은 올해 춘계 노사교섭에서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엔화 반등 폭 크지 않을 듯


'슈퍼 엔저' 국면은 일본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지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한다고 해도 엔화의 반등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우에다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를 폐지해도 금융 여건은 완화적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큰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연내에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총 75bp 인하한다 해도 미국 기준금리는 4.50~4.75%로 일본과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점도 엔화 반등을 제한할 요인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외환 수급상으로도 엔화 반등 여력이 제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 가능성이 지난해부터 이미 반영된 만큼 급격한 엔화 매도 포지션 청산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엔화 약세에 대한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시장에서는 올해 엔화의 큰 폭 강세를 전망하지만, 대내외 여건을 고려하면 엔화 강세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소지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센터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등을 감안해 하반기 엔화가 140엔대 초반까지 점진적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