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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른 中 위안화 평가절하 논쟁...'통화전쟁'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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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떠오른 中 위안화 평가절하 논쟁...'통화전쟁' 불붙나

태국 방콕의 카시콘은행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 지폐 옆에 있는  중국의 위안화를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태국 방콕의 카시콘은행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 지폐 옆에 있는 중국의 위안화를 살피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침체된 중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위안화 평가절하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하다고 진단했다.
통신에 따르면 위안화 평가절하를 주장하는 측은 급격한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해 중국의 수출 증대를 꾀할 수 있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자본 유출을 촉진하고 위안화 추가 하락 전망을 강화해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 위안화는 지난 2015년에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직후 가치가 대폭 평가절하됐고, 이후 위안화 표시 자산이 큰 타격을 입으며 중국 정부의 시장 통제 능력에 대한 신뢰 위기로 발전한 바 있다.

언리미티드 펀드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CEO)는 "일회성의 의미 있는 평가절하가 훨씬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며 "최적의 조치는 통화가 싸게 보이는 수준까지 평가절하한 다음 그 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의 평가절하 시나리오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10~20% 급락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인민은행이 현재 금리를 낮춰 경제 회복을 촉진해야 하지만, 이 경우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매력이 약화되면서 금융 안정성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어 사면초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위안화는 현재 달러 대비 허용된 범위 내에서 최저치 근방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 통화들과 비교하면 거의 1년 만에 최고치 가까이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부진한 중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 30일 현재 1위안은 원화 대비 190원에 호가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진정한 통화 전쟁’


블룸버그는 인민은행이 성장을 우선시하기 위해 통화 안정성을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브래드 벡텔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투자자 메모에 "수출을 늘리고, 디플레이션을 돕고, 국내 성장을 돕기 위해 (인민은행이) 아마도 통화 안정성을 희생해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유는 그에 따른 대가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대내적으로 위안화의 급격한 약세는 투자자 신뢰에 타격을 주고, 주식 매도세를 악화시키며, 자금 유출을 부채질하고, 중국 기업의 외화 부채 조달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반면 인민은행이 개입과 자본 통제로 통화 가치 하락을 둔화시키려고 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정책의 명확성 부족으로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벡텔은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진정한 통화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는 위안화가 5~10% 하락하면 한국 등 역내 주요 수출국 통화가 3~7%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중앙은행들은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단기금융시장 유동성을 긴축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이 지역의 성장을 희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이달 초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은 최근의 자국 통화 약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 메모에서 인민은행이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안정성을 이유로 큰 폭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사이먼 화이트 블룸버그 매크로 전략가는 "중국의 금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구리 재고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위안화 평가절하 직전에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꼬리 위험(tail risk)'이긴 하지만, 경제가 점점 디플레이션 경향을 보이면 자본 유출 압력이 배가됨에 따라 더 큰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꼬리 위험'이란 발생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을 말한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