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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코리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본질적으로 자원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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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코리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본질적으로 자원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0일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폭발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20일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근처에서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폭발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은 본질적으로 자원전쟁의 성격을 띤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 관련 잡지 ‘애트머스(Atmos)’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에 수십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화석연료가 이스라엘의 공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 정부의 팔레스타인 공격은 유엔에 의해 이미 “대량학살”로 정의된 상태다.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는 2024년 5월 현재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3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한다.

친이스라엘 정치인과 관리들은 이번 공격을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중동 전역의 일부 팔레스타인 옹호자들은 이 말을 믿지 않고 있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폭력의 배후에는 화석연료라는 또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번 가자지구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어가려는 의도가 자원 독점을 통한 세계 패권 질서 재편에 있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기후 위기를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경제, 개발, 생태 정의를 위한 메나펨 무브먼트의 설립자이자 이사인 셰린 탈라트는 “이번 학살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라 석유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라고 주장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해안과 점령지 지하에는 30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팔레스타인에 잠재적으로 매장돼 있는 천연가스의 양은 포함돼 있지 않다. 또한 지중해 연안 레반트 분지에는 약 17억 배럴의 석유가, 서안(웨스트뱅크) 점령 지역 지하에는 15억 배럴 이상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아티프 쿠부르시는 “중동에서는 석유와 가스의 연관성을 빼놓고 분쟁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이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과 학살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에너지 공급자가 필요했고, 이스라엘은 수년 동안 유럽 국가에 가스를 수출하기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쿠부르시는 현재의 중동 전쟁이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석유와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모두가 대안을 찾고 있는 지금이 특히 중요성을 띤다”고 분석했다.

많은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땅에서 이런 자원을 추출하려는 외국의 이해관계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면한 대량학살의 동기가 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중동의 외교 정책은 화석연료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쿠부르시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역사학자 로저 오웬은 2008년 발표한 논문 '중동의 석유 100년'에서 “대부분의 중동 산유국에게 석유의 등장은 근대 국가의 시작과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며 “그 결과, 이들 국가의 성장과 석유 수입은 공생 관계 속에서 함께 이루어졌으며, 어느 한쪽 없이는 다른 한쪽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1999년 가자지구 해안에서 약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가스전이 발견됐다. 그로부터 1년 후, 두 번째 인티파다, 즉 팔레스타인 봉기가 일어나면서 이 자원을 어떻게 나눌지 결정하기 위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이 근본적으로 중단됐다.

국제법상 이런 자원은 점령국이 아닌 점령지에 속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땅과 바다 밑에 매장된 석유와 가스를 채굴해 이득을 취해왔다. 팔레스타인 환경 NGO 네트워크의 아베르 부메흐는 이스라엘과 협력하는 세계 강대국들에게 “이스라엘과 협력하면 팔레스타인의 권리와 천연자원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에 기반을 둔 농업노동위원회 연합의 야스민 엘 하산은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모는 팔레스타인의 생명과 환경 보존보다 경제적 이득을 우선시하는 글로벌 행위자 및 기업의 자본주의적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엘 하산은 이 이해관계야말로 국제 사회의 많은 국가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메나템 무브먼트의 탈라트는 “가스전과 유전히 풍부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는 것이 수년 전부터 계획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워싱턴 DC에 본사를 둔 싱크탱크인 정책 연구소의 기후 정책 프로젝트 책임자인 바사브 센도 “중동의 석유 자원을 발견한 것은 영국이었으며, 이를 통해 영국은 무분별한 식민지 개척을 위한 힘과 능력을 쌓을 수 있었다. 강대국들은 식민지를 통해 얻은 부를 바탕으로 화석연료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었다. 이제 강대국들은 더 많은 에너지를 추구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전역에서 에너지 불균형 현상을 촉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전의 식민주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쟁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대량 학살 여파는 여러 세대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는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학살을 방관하고 지원한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scatori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