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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대중 반도체 규제 회피 논란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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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대중 반도체 규제 회피 논란 심화

중국 SMIC에 장비 수출 의혹... 규제 위반 시 사업 타격 불가피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중국에 반도체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중국에 반도체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회피해 중국 SMIC에 장비를 공급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와 상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한국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중국에 장비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수억 달러 상당의 장비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25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 문제 발생 경위 및 쟁점

미국은 2018년부터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수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다.

특히, SMIC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으로, 미국 기업들은 SMIC에 대한 수출 시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SMI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2년에 7나노 칩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중국 군부에 미국 기술을 적용한 칩을 납품해 규제에 올랐다.

하지만,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규제를 우회하여 SMIC에 장비를 공급함으로써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불공정 경쟁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수출 허가 없이 한국을 경유해 SMIC에 장비를 보낸 혐의로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11월 상무부로부터 “특정 중국 고객 선적과 관련된 정보를 요청하는” 소환장을 받았으며,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환장과 미국 매사추세츠주 검찰청으로부터 두 건의 소환장을 받았다.

아직 어떤 제품을 공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칩 제조 공구를 공급하는 회사이므로, 제재 대상에 해당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를 SMIC에 공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파급 영향

보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한국의 자회사를 통해 SMIC에 장비를 판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재 대상인 SMIC에 직접 수출하는 대신, 한국 자회사를 중간 거점으로 활용하여 우회적으로 수출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한국에 여러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이 중 어떤 자회사가 사건에 연루되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자회사도 반도체 장비 판매, 유지보수, 기술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자회사가 SMIC에 장비를 판매한 후에,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한국 자회사에 기술 지원이나 유지 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들의 규제 회피 시도가 계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중국 시장에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회사 경영 실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중국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35~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규제 정책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규제 회피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여 규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규제 준수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필요성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 SMIC는 강력한 내수에 힘입어 올 1분기 매출 기준 세계 3위 칩 파운드리로 등극했다. SMIC는 전 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에서 TSMC의 62%, 삼성전자의 13%에 이어 6%를 차지했다. SMIC의 전진은 미국 기술 제재의 영향을 줄이는 데 이 회사가 사용한 전략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사건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는 대중 반도체 규제 정책의 실효성을 더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규제 강화에 즈음해 중국과 반도체 부분에서 교역이 많은 만큼 규제 위반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