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데이터센터 매출을 경신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4052117192501373e250e8e18810625224987.jpg)
2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자사 AI 칩 제품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공급 가격을 약 10%쯤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외 지역에서 엔비디아 AI 칩이 없어서 못 사고, 오히려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팔리는 것과는 상반된 상황이다.
지난 22일 2025 회계연도 1분기(2월~4월) 실적 발표에서도 엔비디아는 중국에서의 구체적인 매출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콜렛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데이터센터 수익은 지난해 10월 새로운 수출 통제 제한 조치를 시행하기 전 수준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면서 “우리는 중국 시장이 앞으로도 매우 경쟁적인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엔비디아 AI 칩 매출이 중국에서만 오히려 감소하는 것은 두 차례에 걸친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중국 시장에서 첨단 주력 AI 반도체 제품을 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의 AI 기술이 자칫 군사용 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지난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엔비디아의 AI 칩을 비롯한 고성능 반도체 제품들의 중국 수출을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
중국에 A100, H100 등의 고성능 AI 칩을 공급하던 엔비디아는 이들의 수출이 막히자 중국 전용으로 성능을 살짝 낮춘 A800, H800 등의 제품을 선보였고, 이들마저 수출이 막히자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경고에도 불구하고 ‘H20’을 비롯해 정부 규제에 맞춘 새로운 중국 시장용 AI 칩 3종을 올해 초 새로 출시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무리한 중국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H20’ 등 중국용 새 AI 칩은 가격 대비 성능이 기존 중국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서 출시 직후부터 판매량이 신통치 못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엔비디아를 비롯한 외산 제품들의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개발 및 국산화 비중을 높이는 것도 여전히 중국 시장에 미련을 두고 있는 엔비디아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해 말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에 따른 중국시장 매출 감소 우려가 나오자 “중국 외 지역에서 자사 AI 칩 수요가 높은 만큼 전체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호언장담했다. 이는 지난 1월 말과 이달 22일 두 차례의 실적 발표에서 각각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면서 그대로 실현됐다.
하지만 지난 수년에 걸쳐 공을 들였던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과 매출 감소는 지난해부터 성공 가도를 내달리고 있는 엔비디아의 AI 칩 성공 역사에 '옥에 티'로 남게 될 전망이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