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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 메이저, '주주 달래기' 155조원 쏟아붓고 M&A로 몸집 불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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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석유 메이저, '주주 달래기' 155조원 쏟아붓고 M&A로 몸집 불리기

'탈탄소' 시대, 신규 투자 대신 M&A 선택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주주 달래기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유럽과 미국의 석유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투자에는 소극적인 반면, 막대한 자금을 주주 환원과 인수합병(M&A)에 쏟아붓고 있다. 석유·가스 생산 확대에 대한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의 우량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여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는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 석유업계, M&A 열풍…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셰브론 등 잇따라 인수 발표


미국 코노코필립스는 29일(현지시각) 마라톤 오일을 225억 달러(약 30조924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노코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10월 파이오니어 내추럴 리소스를 600억 달러(약 82조4520억 원)에, 셰브론은 헤스를 530억 달러(약 72조8326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M&A 열풍에 가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석유업계의 M&A 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2500억 달러(약 343조5500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M&A는 자사주 매입으로 늘어난 보유 주식을 활용하거나, 유가 상승으로 인한 주가 상승을 이용해 신주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생산 확대 투자 감소, M&A 가속화…'탄소중립' 시대, 신규 투자 부담 커져

엑손모빌, 셰브론, 쉘, BP, 토탈에너지 등 주요 석유 메이저 5개사의 설비투자액은 2023년 920억 달러(약 126조4448억 원)로, 2013년 대비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압박과 ESG 경영 강화로 대규모 신규 개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석유·가스 생산량도 2019년 대비 20%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석유 메이저들은 기존 프로젝트 지분을 보유한 기업 인수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확보와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미국 셰일 산업의 성숙으로 생산 효율이 높은 광구가 줄어들면서, 유망 광구를 보유한 중견기업 인수가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주주 환원 역대 최고치, 155조 원…ESG 투자 압박 속 '주주 달래기'


석유 기업들은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2022년부터 주주 환원을 급증시켜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고, 행동주의 주주들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환경단체와의 소송에도 불구하고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안을 무난히 통과시키며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했다.

주요 5개사의 주주 환원 규모는 2024년 약 1134억 달러(약 155조9363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2022년 도쿄증시 프라임 시장 상장 일본 기업 전체 주주환원액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에너지 전환 시대, 석유 메이저의 미래는?…신사업 투자와 주주 환원 사이 '줄타기'


석유 메이저들은 탄소 포집·저장,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있지만, 수익 창출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석유 기업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지 않으면, 주주 환원이 투자자를 붙잡는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석유 메이저들이 에너지 전환 시대에 어떤 생존 전략을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