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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급증하는 EV충전소 케이블 도난, 전기차 보급에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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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급증하는 EV충전소 케이블 도난, 전기차 보급에 ‘악재’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 도난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 도난이 급증하면서 전기차 보급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 모습. 사진=AP/뉴시스
미국에서 충전소 부족이 전기차(EV) 보급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충전 케이블 도난이 급증하면서 이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 시각) AP통신은 구리 가격의 급등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 케이블 도난 사고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것이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와 자동차 회사의 새로운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AP는 글로벌 거래 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가까워지면서 도둑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새로운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둑들이 충전용 케이블을 훔쳐 구리 재료만 모아다 팔아도 상당한 현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도둑들은 불과 몇 분 만에 충전소 전체의 케이블을 절단해 훔쳐 가기 때문에 충전소 하나가 통째로 못쓰게 된다. 이러한 케이블 도난 사고로 사용할 수 없는 충전기의 수가 늘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AP는 지적했다.
지난해 AP통신과 시카고 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10명 중 8명이 ‘충전소 부족’을 꼽았다. 10명 중 7명이 선택한 ‘느린 충전 속도 불만’이나 6명이 선택한 ‘비싼 가격’보다 오히려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충전소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은 운전자들의 상당수는 다음 차량 구매 시 전기차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충전기 네트워크 운영사 일렉트리피 아메리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4400개의 충전 플러그가 있는 968개 충전소에서 6개월에 한 번꼴로 케이블 절단 사고가 발생했었지만, 올해는 5월까지 129건에 달하는 케이블 절단이 발생했다.

다른 충전소 회사인 플로(Flo)와 EV고(EVgo)도 케이블 도난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최대 규모 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테슬라 역시 시애틀과 오클랜드, 휴스턴 등에서 충전 케이블 도난 사고가 보고됐다. 시애틀 경찰에 따르면 올해만 충전 케이블 도난 사고가 7건 신고됐으며, 이는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와 같다.

하지만 충전소 운영사들은 비싼 케이블 교체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케이블 도난 사고 급증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 우려로 탄소 배출량 저감에 나서면서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기존 내연기관차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 비중을 늘리기 위해 수십억 달러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경우 2030년 말까지 자사 승용차의 50%를 전기차로 구성할 계획이며, 포트도 나중에 철회하긴 했지만 2026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의 약 45%에 대항하는 연간 200만 대의 EV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GM도 2035년 말까지 EV 승용차만 판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 회사의 계획 달성 여부는 전기차 구매자들에게 여행 등 장거리 주행 시 항상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다고 AP는 지적했다. 특히 급증하는 충전 케이블 절도 증가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장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AP는 덧붙였다.


최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pc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