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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유통업계, ‘개인수표 결제 문화' 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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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유통업계, ‘개인수표 결제 문화' 퇴조

미국 굴지의 대형마트 체인 타겟의 매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굴지의 대형마트 체인 타겟의 매장. 사진=로이터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많이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수표(check)'로 금전거래를 하는 문화다.

특히 이민자를 비롯해 외국에서 건너온 사람들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발행하는 자기앞 수표와는 달리 개인이 써야하는 미국식 수표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미국 유통업계에서 수표 결제를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수표 문화가 퇴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미국 사회와 개인수표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미국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통장 대신에 개인수표 묶음인 수표장을 준다.

약속어음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이 수표에는 수표를 받는 사람의 이름과 금전거래 금액을 적을 수 있도록 공란이 있어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볼 경우 이 수표를 들고 간 고객이 이 수표에 필요한 내용을 적어 결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

상품 결제 외에도 월급,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지불, 공과금 등에도 개인수표를 신용카드처럼 쓰는 것이 미국 사회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신용카드가 널리 퍼진 현재까지도 수표로 결제하는 문화가 미국 사회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신용카드와 다르게 수수료가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 부담을 꺼리는 노년층이 주로 수표를 흔히 활용하는 경향이 있는 이유다.

◇ 美 유통업계, 수표 결제 거부 확산


그러나 10일(현지시각) CNN에 따르면 미국 유통업계에서 수표 결제를 받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 굴지의 대형마트 체인인 타겟이 이같은 흐름에 최근 가세한 것이 비근한 사례다.

타겟은 오는 15일부터 미국 전역에 있는 매장에서 수표 결제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타겟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수표 결제를 하는 고객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타겟이 수표 결제를 거부키로 결정한 첫 유통업체는 물론 아니다.

앞서 독일계 세계 최대 슈퍼마켓 체인으로 매장 규모로 미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마트인 알디의 경우도 “수표를 사용하는 고객이 지나치게 적다”면서 이달부터 수표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 계열사로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도 이미 수표 사용을 매장에서 금지했다.

◇ 노년층 불편 우려


미국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의 닐 손더스 소매전문 애널리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수표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소수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타겟이 수표 결제를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뜻밖의 일은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수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이가 많은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적으로는 수표 사용과 관련한 상반된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최근 수십년간 개인수표 발행량이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난 2015년 202억건이었던 개인수표 발행량이 지난 2021년 120억건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계소프트웨어 솔루션업체 아브리고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수표로 금전거래를 하는 소비자는 전체의 61%에 달해 수표 이용자가 극소수라는 유통업계의 주장은 해당업계에 국한된 흐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