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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좀비 기업' 솎아내기 본격화…생산성·임금 향상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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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좀비 기업' 솎아내기 본격화…생산성·임금 향상 노려

실패 용인·M&A 활성화로 경제 체질 개선
일본 정부는 정부 지원과 저금리 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 기업들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정부는 정부 지원과 저금리 자금으로 연명하는 부실 기업들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사진=로이터
일본 정부가 만성적인 저성장과 인구 감소로 활력을 잃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좀비 기업' 솎아내기에 나섰다. 정부 지원과 저금리 자금에 기대 연명하는 부실 기업을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에 자원을 집중시켜 생산성과 임금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실적 부진 기업을 더 많이 실패하게 놔두는 정책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기업 살리기' 정책에서 벗어나 시장 원리에 따라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좀비 기업은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본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좀비 기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부 지원금이 줄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좀비 기업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파산과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M&A 지원 센터를 운영하고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는 등 M&A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2023년 3월까지 1681개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M&A를 성사시켰다.
후지타 히토시 사카이제작소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 소유주들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M&A 경험이 부족하다"며 "정부 지원 덕분에 M&A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좀비 기업 솎아내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전후 일본 경제를 지탱해 온 '종신고용'과 '기업 살리기'라는 사회적 계약을 깨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 경제에서 좀비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파산 증가가 실업률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의원은 "중소기업은 복지 정책의 수혜자가 아니라 세금을 내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M&A를 통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직원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임금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수준이며, 노동 생산성도 정체돼 있다. 이는 좀비 기업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좀비 기업 솎아내기 정책이 성공한다면,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의 늪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