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닛산·테슬라 등 실적 부진… 중국 경제 둔화·고금리 직격탄
AI 훈풍에 반도체 기업 선방… 하반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AI 훈풍에 반도체 기업 선방… 하반기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맥도날드, 닛산, 테슬라, 네슬레, 유니레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기업의 약 40%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 대체로 시장 예상치에는 부합했지만, 높아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고금리·중국 경제 둔화에 소비 심리 위축… 기업 실적 '먹구름'
기업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고금리와 중국 경제 둔화가 꼽힌다. 고금리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 중국 경제 둔화는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이어져 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맥도날드는 중국 경제 약세를 이유로 13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매출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니레버, 비자, 애스턴 마틴 등도 중국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용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분기 실적 전망도 '흐림'… 미국 기업들 줄줄이 전망치 하향 조정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3분기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7월 초 8.6%에서 현재 7.3%로 낮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2분기 실적은 괜찮았지만, 소비자 스트레스 징후로 인해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슬레와 유니레버는 상반기 매출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특히 네슬레 CEO 마크 슈나이더는 "소비자들 사이에 가치 추구 행동이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의 압박이 심하다"고 우려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재고 증가와 물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 스텔란티스, 닛산 등의 수익이 감소했고,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도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올해 매출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CATL도 2분기 매출이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AI 훈풍에 반도체 기업은 '선방'… 엔비디아 실적 발표 주목
모든 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클라우드 컴퓨팅 수익 성장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3M, 제너럴모터스(GM), 존슨앤존슨 등도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고, JP모건은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입은 아시아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만 TSMC는 AI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 주가가 56% 급등했다.
하지만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이미 높은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AI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는 올해 초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지만,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BNK투자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경기 전망 불투명… 기업 실적 개선 여부 주목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지만, 다른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비용 절감,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어려운 경영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중국 경제 회복 여부와 고금리 지속 여부가 하반기 기업 실적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