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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중국·노르웨이가 선도...미국은 뒤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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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중국·노르웨이가 선도...미국은 뒤처져

미국의 소비자 인식 변화가 전기차 운명 가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소비자 인식 변화가 전기차 운명 가른다. 사진=로이터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 패러다임으로 되고 있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전환 속도는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각) 액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들은 전기차 운행이 가솔린 차량보다 더 저렴하고 편리해질 때까지 전환을 미루고 있지만, 중국이나 노르웨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전기차가 주류로 등극했다.

블룸버그NEF 조사 결과, 중국에서는 전기차 주행 거리가 가솔린 차량 대비 66% 더 길고, 노르웨이에서는 40%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 전체로 보면 전기차 주행 거리가 가솔린 차량보다 38% 짧았다.

이는 실제 운전자들이 전기차나 가솔린 차량으로 얼마나 많이 운행하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단순히 기술적인 주행 거리 차이가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패턴과 전기차에 대한 신뢰도, 그리고 각 지역의 전기차 정책과 인프라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수치이다.

이런 차이는 각국의 정책, 에너지 가격, 충전 인프라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전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가솔린 가격은 비싸 전기차로의 전환 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또한, 세제 혜택과 충분한 충전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있다. 노르웨이도 강력한 정부 지원책으로 전기차 보급을 앞당겼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 가격, 높은 전기차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으로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약 8%에 그치고 있으며, 많은 소비자가 전기차를 두 번째 차량으로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2024년 9월 기준, 미국의 평균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약 3.85달러로, 이는 유럽이나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예를 들어, 같은 시기 독일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약 7.2달러, 한국은 약 5.5 달러 수준이다. 저렴한 가솔린 가격은 소비자들이 전기차로 전환할 동기를 약화한다.

전기차 가격도 문제다. 2023년 기준, 미국 판매 전기차의 평균 가격은 약 5만3000달러로, 같은 해 내연기관차의 평균 가격 4만8000보다 비쌌다. 비록 전기차 가격이 점차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도 골칫거리다. 2023년 말 기준, 미국에는 약 16만개 공용 충전소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광대한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도심 지역을 벗어난 곳에서 충전소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23년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전체 신차 판매의 약 7.6%였으며, 2024년에는 8% 정도로 소폭 증가했다. 이는 노르웨이(약 90%), 중국(약 30%), 독일(약 25%)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 가구의 약 55%가 2대 이상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많은 소비자가 장거리 여행이나 특별한 용도로는 가솔린 차를 유지하면서, 일상적인 단거리 주행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출퇴근용에 전기차를, 주말여행용으로는 가솔린 SUV를 사용하는 식이다.

다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예외적으로 전기차 주행 거리가 8% 더 길어, 미국 내에서 지역별 차이가 크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2023년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이 약 25%로, 미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캘리포니아는 강력한 환경 정책, 높은 가솔린 가격, 발달한 충전 인프라, 그리고 소비자 인센티브 등 다양한 요인으로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고 있다.

2035년까지 모든 신차 판매를 무공해 차량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설정했고, 가솔린 가격도 전국 평균보다 약 30% 높다. 또한, 미국 전체 공용 충전소 가운데 약 30%가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전기차 사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캘리포니아 모델은 미국의 다른 주들과 연방 정부에 전기차 전환 가속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변화는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기회와 도전을 제공한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 생산 확대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부품 산업에서도 현대모비스, 만도 등 주요 업체들이 전기차 핵심 부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내연기관 중심의 기존 부품 산업의 성공적인 전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충전 인프라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미국의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의 IRA 대응을 위한 현지화 전략 강화, 배터리 효율성 개선과 충전 속도 향상 등 핵심 기술 개발 가속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가격 경쟁력 확보, 그리고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이 요구된다.

향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는 각국 정부의 정책, 기술 발전, 원자재 가격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특히,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생산 비용 절감은 전기차의 경제성과 주행 거리 개선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 또한, 충전 인프라의 확충도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국가별로 상이한 성장 패턴을 보이며, 이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한국 기업에는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동시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각국의 정책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전기차 시대 본격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며, 이에 대한 준비와 전략적 접근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