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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디지털 지갑 정책' 현금 지급으로 변경…소비 진작 취지 못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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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디지털 지갑 정책' 현금 지급으로 변경…소비 진작 취지 못살려

저소득층 지원, 경기 부양 효과는 '긍정적'...디지털 화폐 도입은 '불투명'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경제 살리기 부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 경제 살리기 부심. 사진=로이터
태국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디지털 지갑 정책이 현금 지급으로 바뀌면서 소비 진작이라는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빚 상환, 생활비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화폐를 통한 소비 촉진을 기대했던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현금으로 지급되면서 사용처 제한이 사라진 것이라고 3일(현지시각) 닛케이가 보도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 9월 25일 디지털 지갑 정책 1단계를 시행했다. 하지만 예산과 기술적 문제로 당초 계획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화폐가 아닌 현금으로 지급됐다.

이 때문에 지원금 1만 밧화(약 37만 원)는 정부가 의도했던 식료품, 음료 등 소비재 구매뿐만 아니라 빚 상환, 차량 수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방콕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는 위타야는 지원금 1만 밧화 중 절반은 차 수리에, 나머지 절반은 빚 상환에 사용했다. 그는 지원금 덕분에 생활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지갑 정책이 당초 계획대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저소득층의 구매력을 높이고 경기 부양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태국 개발 연구소의 키리다 바오피치트르는 어떤 사람들은 저축해서 일상 소비에 쓰고, 어떤 사람들은 빚을 갚는 등 지원금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이는 곧 소비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지갑 정책의 핵심이었던 디지털 화폐 도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는 2단계부터는 디지털 화폐를 통해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디지털 화폐 도입에 따른 비용 증가, 기술적 문제 등을 우려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태국 정부가 디지털 지갑 정책 1단계에서 현금을 지급한 것은 디지털 화폐 도입을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책 목표와 현실의 괴리, 디지털 화폐 도입에 따른 예상치 못한 문제 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는 디지털 지갑을 통해 소비를 촉진하고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현금 지급으로 인해 효과가 반감되었다. 지원금이 빚 상환, 생활비 등에 사용되면서 소비 진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디지털 화폐 도입 시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디지털 화폐는 익명성, 보안성, 편의성 등 장점이 있지만, 자금세탁, 탈세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계층은 디지털 화폐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은 디지털 화폐 도입 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화폐 도입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정책 목표를 명확히 하고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태국의 디지털 지갑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준비와 계획 수립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 디지털 화폐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태국의 사례는 디지털 화폐 도입이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디지털 화폐 도입에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접근하여 경제 활성화와 사회 발전을 끌어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