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테러 공격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젊은 세대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결정적 사건이 됐으며, 이는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미국 내 정치 지형을 재편할 잠재력을 지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각)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NPR/PBS NewsHour/Marist 여론조사에 따르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48%만이 미국의 이스라엘 지지를 찬성하지만, X세대의 63%, 베이비붐 세대의 83%가 지지를 표명했다. 이런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소비 패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Z세대의 20%가 틱톡을 주요 뉴스 소스로 활용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관련 콘텐츠가 이스라엘 관련 콘텐츠보다 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봄 전국의 대학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하면서 대학 행정부와 정치권은 표현의 자유와 캠퍼스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컬럼비아, 하버드, NYU 등 주요 대학에서 발생한 시위와 체포 사태는 이 문제의 복잡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최근 대학들은 새 학기를 맞아 시위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다시 언론의 자유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는 미국 대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Z세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가 최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투표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NBC뉴스 스테이 튜닝과 서베이몽키 조사에 따르면, Z세대 유권자의 50%가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하고 34%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은 일부 젊은 유권자 지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문제로 인한 당내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일부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에서 연설 기회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는 이런 긴장을 잘 보여준다. 반면 공화당은 이 이슈를 민주당의 약점으로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양당 모두 전통적 친이스라엘 정책에서 급격히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이 문제는 단순히 외교 정책의 영역을 넘어 미국 사회 내 반유대주의와 이슬람 혐오 증가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반명예훼손연맹(ADL)은 온라인과 대학 캠퍼스에서 극단적 반유대주의 표현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동시에 미국-이슬람 관계 위원회는 이슬람 혐오가 학교와 직장에서 무슬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한다.
장기적으로 젊은 세대의 인식 변화는 미국의 중동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워싱턴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지만, 젊은 세대가 정치권에 진출하면서 점차 정책 변화의 압력이 커질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Z세대의 인식은 단순한 외교 문제를 넘어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2024년 대선을 앞둔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과 우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동시에 캠퍼스와 온라인에서 극단적 표현과 혐오 발언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 사회는 복잡한 국제 갈등이 국내 정치와 사회 통합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과 대응은 앞으로의 국내 정치 동향과 사회적 화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