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5% 넘게 하락하고 있다. 3조4000억 달러에 육박했던 시가총액도 3조2000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엔비디아 주가는 새로운 AI 칩 블랙웰의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최근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의 AI 반도체 수출에 국가별로 상한을 설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백악관은 중동 국가들을 겨냥해 국가안보 측면에서 수출 허가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을 논의했다.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동 페르시아만 국가들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뉴욕증시는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보고서와 국제 유가 폭락세,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종목의 주가 동태 등을 주시하며 하락세로 출발했다. 이후 하락폭은 더 커졌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전날, 일제히 상승 마감한 바 있다. 본격적인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요 기업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끌어올렸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2거래일 연속으로 장중에 잇따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최고 마감 기록까지 새로 썼다. 특히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4만3천선을 돌파했다.
전날 새로운 기대를 모았던 AI 선두주자 엔비디아 주가가 이날 5% 이상 급락하며 시장을 흔들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국가에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AI 반도체 주 전반에 악재가 됐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실적 발표 예정일에 하루 앞서 실수로 공개했다가 삭제한 3분기 실적 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엔비디아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 '매그니피센트7' 가운데 애플·알파벳(구글 모기업)·테슬라는 상승세,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페이스북 모기업)는 하락세다.
유럽증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DAX지수는 0.09%, 영국 FTSE지수는 0.39% , 범유럽지수 STOXX600은 0.67% 각각 밀렸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 대신 군사 시설을 타격할 계획을 미국 정부에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 유가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뉴욕 거래에서 위험회피 분위기가 심화하면서 원화 가치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미국의 10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 11.9로 전월대비 23.4포인트 급락했다.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 '제로'(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시장 예상치(3.4)도 크게 하회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올해 남은 두 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중 한번은 금리 인하를 건너뛸 수도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는 103.3을 약간 웃돌고 있다. 2개월여 만의 최고치 부근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날 오전 2시 48분께 달러-엔 환율은 149.500엔, 유로-달러 환율은 1.08840달러에 거래됐다. 역외 달러-위안(CNH)은 7.1395위안에 움직였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10.50원을 나타냈고, 위안-원 환율은 191.05원에 거래됐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은 15일(현지시간) 태블릿PC인 아이패드 미니(mini)의 새로운 버전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새 아이패드 미니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다. 기존 모델과 같은 크기의 8.3인치(21㎝)로, 애플이 자체 개발한 A17 프로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이 프로세서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5 프로에 장착된 칩과 같은 것으로, 기존 아이패드 미니에 비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30% 향상됐다. 아이패드 미니는 휴대성이 좋고 책을 읽거나 메모할 때 사용성이 뛰어나 사용자로부터 인기가 많다. 여기에 새 제품은 올해 초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된 최신 글쓰기 기능인 애플 펜슬 프로도 지원한다. A17 프로 프로세서는 애플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실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주가가 기대 이하의 실적 가이던스에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ASML의 실적은 기술적 오류에 예정보다 하루 앞TJ 공개됐다. ASML은 이날 2025년 순매출액이 30억~35억 유로(약 4조4600억~5조2000억 원)로 지난 2022년 인베스터 데이에 밝힌 가이던스의 하단 부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프 포케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의 강력한 개발과 상승 잠재력이 크지만, 다른 시장의 부문은 회복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있다"며 "회복이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점진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ASML은 미국과 네덜란드의 수출 통제로 중국 사업에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 예측치는 기존 49%에서 20%로 크게 위축됐다. ASML이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엔비디아와 TSMC에서 사용된다.
하루 일찍 ASML의 실적을 확인한 시장 참가자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ASML의 실적 공개는 기술적 오류로 이날 이뤄졌다. 실적 공개 후 주가가 급락했다. 번스타인의 분석가들은 기대보다 약한 예약 주문과 실망스러운 2025년 전망이 3분기 양호한 실적을 가릴 것으로 판단했다. 번스타인은 ASML의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2025년 기대와 관련해 주기 회복의 지연과 특정 고객 관련 어려움이 큰 부담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반도체 관련 주식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AMD와 인텔, Arm 홀딩스, 브로드컴, 마이크론, 엔비디아등이 연쇄 급락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