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아시아는 16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HP가 조달 결정에 대한 권한을 새로 영입한 미국 주재 임원 조나단 제닝스에게 이관했다고 보도했다. 포드 출신인 제닝스는 올해 글로벌 조달 및 소싱 책임자로 HP에 합류했다.
HP는 또한 일부 조달 평가 및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대만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이는 중국과 대만에 집중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HP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며 무력 통일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HP는 지난해 닛케이 아시아 보도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량을 줄이고 싱가포르에 디자인 허브를 구축하는 등 공급망 재편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HP는 전체 PC 생산의 최대 70%를 중국 외부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P는 세계 2위 PC 제조업체로, 연간 약 5200만 대의 PC를 출하한다. 글로벌 PC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수요 감소로 침체기를 겪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14% 감소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생성형 AI 기능을 탑재한 'AI PC'가 내년부터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한다. HP는 공급망 재편과 AI PC 개발을 통해 글로벌 PC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PC 제조업체 HP가 중국과 대만에서 공급망을 이전하는 전략을 가속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기회와 위협이 공존하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HP는 미·중 갈등과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심화하는 가운데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부품 조달을 위해 중국과 대만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HP뿐만 아니라 델, 애플 등 다른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HP의 '탈중국·탈대만' 전략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HP는 PC 생산량의 최대 70%를 중국 외부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 새로운 디자인 허브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HP의 공급망에 진입하여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HP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 경쟁 심화라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HP는 조달 의사결정 권한을 미국 본사로 집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이 HP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HP의 요구에 부합하는 고품질, 고성능 제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급해야 한다. 특히 HP가 AI PC 시장에 주목하고 있는 만큼, AI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HP 공급망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HP의 공급망 재편은 단기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IT 산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