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국 약국 업계 공룡 CVS 위기, 한국 제약·유통업계에 큰 경고음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비즈

공유
1

미국 약국 업계 공룡 CVS 위기, 한국 제약·유통업계에 큰 경고음

디지털 전환 실패와 수익성 악화로 CEO 경질, 의료 접근성 악화도 우려



미국 약국체인 CVS, 끝 모를 경영 부진 계속.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약국체인 CVS, 끝 모를 경영 부진 계속. 사진=로이터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 헬스 붕괴 신호가 한국 제약·유통업계에 적신호를 켰다.
디지털 혁신 지연과 전통적 사업모델 고수가 기업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매출 기준 세계 10위권 기업이자 9,000여 개 약국망을 보유한 CVS는 18일(현지시간) 캐런 린치 CEO를 전격 교체하고 보험사업 분리 가능성까지 검토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고 악시오스가 최근 보도했다.

이는 온라인 처방약 시장이 확대되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기존 오프라인 중심 전략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CVS 약국 부문 위기는 아마존의 2020년 온라인 약국 서비스 진출 이후 가속했다.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에 처방약 2일 무료배송과 최대 80%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시장을 잠식했고, 마크 큐반의 코스트플러스드럭스는 15% 마진 정책으로 2년 만에 1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월마트는 전국 4,600여 개 매장에 약국을 운영하며 저가 제네릭 의약품 프로그램으로 CVS를 위협하고 있다. 월마트의 처방약 매출은 2023년 기준 3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연간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이는 CVS 약국 부문 매출 가운데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2018년 690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애트나 보험 사업의 수익성도 악화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23년 의료손해율은 89.6%로 전년 86.2%보다 크게 상승했다. JP모건은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2024년 손해율이 9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8년 인수 당시 CVS가 예상했던 82~84%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CVS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26.4%에서 2023년 21.8%로 급감했다. 반면 온라인 약국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8.2%에서 19.6%로 늘었다.

월가에서는 2025년이면 온라인 약국 점유율이 25%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VS 위기는 디지털 전환 실패와 함께 수익성 악화가 겹친 복합적 사안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CVS의 구조조정이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CVS는 그동안 워크인 클리닉 1,000여개를 운영하며 저소득층과 노인들의 1차 의료를 담당해왔다. 경쟁사 월그린스가 1,500개 매장을 폐쇄하고 1차 진료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CVS마저 구조조정에 나선다면 의료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

실제 CVS의 의료급여비율(MBR)은 89.6%로 전년대비 3.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민간보험인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이용률 증가와 보험료 수입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회사는 올해 말까지 MBR이 2%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더욱이 JP모건은 구조조정 과정에 메디케어 회원이 최대 10%나 감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가도 올해 25%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260억 달러 증발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 제약·유통 기업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온라인 처방약 시장이 확대되고 디지털 헬스케어가 부상하는 상황에서 전통적 사업모델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교훈을 준다. 다만, 의료 공공성과 접근성 확보라는 사회적 책임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CVS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디지털 혁신과 함께 의료서비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와 업계의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