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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산 밀가루, 최고급 왕좌에 등극...글루텐 민감성·맛 모두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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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산 밀가루, 최고급 왕좌에 등극...글루텐 민감성·맛 모두 잡았나?

고품질·건강성 앞세워 글로벌 제빵 시장에 새 바람 일으켜
2024년 1월 21일 프랑스 파리에 밀알 더미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월 21일 프랑스 파리에 밀알 더미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로이터

프랑스산 밀가루가 글로벌 제빵 시장에서 프리미엄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서 프랑스산 밀가루는 일반 제품보다 4배 이상 비싼데도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특히 글루텐 섭취 후 나타나는 복통, 설사, 두통 등의 증상 완화와 고품질 빵 제조에 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프랑스산 밀가루는 미국산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밀의 영양분이 집중된 겨층의 함량을 뜻하는 회분 비율에 따라 T45(과자용), T55(식빵용), T65(바게트용) 등으로 세분화된다. 이는 각 제품의 용도에 맞춰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한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제빵사 저스틴 워드는 "같은 프랑스 레시피로 미국 밀가루를 사용하면 콘크리트처럼 딱딱해진다"며 프랑스산 밀가루의 특성을 설명했다.

셀리악병이나 밀 알레르기와는 다른 비셀리악 글루텐 민감성(NCGS) 환자들도 프랑스산 밀가루에 주목한다. 이들은 글루텐 섭취 후 나타나는 소화기 증상과 두통, 피로감 등으로 고통받는데, 프랑스산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으면 증상이 덜하다고 보고한다.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 고등학교 교사 엘리 킨은 아내가 글루텐 민감성으로 고민하다 5년 전부터 프랑스산 밀가루를 사용했더니 증상이 줄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런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컬럼비아대 의대 아르민 알레디니 조교수는 "프랑스 밀가루가 글루텐 민감성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한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제시카 비에키에르스키 교수도 "밀 품종마다 탄수화물이 달라 글루텐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러티스틱스 MRC는 세계 밀가루 시장이 2023년 757억 달러에서 2030년 123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과 품질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프리미엄 밀가루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과학적 검증이 더 필요하며,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제빵시장도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유럽풍 고급 베이커리 제품을 선보이고, 소규모 베이커리들도 프랑스 제빵 기법을 도입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의 연간 밀 수입량은 234만 톤(2023년 기준)으로, 이 중 제빵용이 22%인 51만 톤을 차지한다. 주요 수입국은 미국(50%), 호주(45%), 캐나다(5%) 순이며, 프랑스산은 전체 수입량의 1% 미만이지만 고급 제빵용 수요 증가로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