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공식품, 연간 1900만 명 사망 원인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역사무소는 2024년 6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초가공식품이 담배, 화석연료, 알코올과 함께 전 세계 연간 사망자 1900만 명의 원인이 되는 4대 건강 위험 요인이라고 밝혔다. WHO는 이들 4대 요인이 전체 사망의 34%를 차지하며, 비감염성 질환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워싱턴포스트는 초가공식품의 위험성과 함께 불가피한 섭취 시 건강한 대안을 7일(현지시각) 제시했다. 국내에서도 초가공식품 섭취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내분비·신장질환연구과가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 비만 아동·청소년의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은 하루 섭취식품량의 20.4%, 하루 섭취에너지의 25.6%(중앙값 기준)로 나타났다. 특히 섭취수준이 가장 높은 군(상위 1/3)의 경우 하루 섭취식품량의 38.0%, 하루 섭취에너지의 44.8%를 초가공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옥스퍼드대학교 의학연구소가 국제보건학회지(IJPH)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는 조기 사망 위험을 21%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인간영양센터의 베스 체르워니(Beth Czerwony) 영양사는 "제품 선택 시 성분 표시를 확인하고, 성분이 적고 발음하기 쉬운 제품을 고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초가공식품을 대체할 건강한 식품 선택법도 제시했다. 통곡물 빵은 밀기울과 배아가 포함된 제품을 고르면 좋다. 이들 성분은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조디카본아미드나 프로필렌글리콜 같은 첨가제가 들어간 제품은 피해야 한다.
요구르트는 무첨가 플레인 제품이 좋다. 하버드 T.H. 챈 공중보건대학의 스티븐 데브리스 교수는 "직접 재료를 넣어 맛을 내는 것이 기업이 첨가한 감미료보다 건강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땅콩버터는 순수 땅콩만으로 만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팜유나 수소화 식물성 기름이 들어간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첨가 기름은 트랜스지방을 포함해 심장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초가공식품은 경제에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024년 1월 15일 발표한 '식품시스템 경제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으로 인한 건강·환경 관련 '숨겨진 비용'이 연간 12조 달러에 이른다.
구체적 손실 내역을 보면 △만성질환 치료비용 △환경오염·자원고갈 비용 △노동생산성 저하 △사회적 격차 확대 비용 등이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연구 결과, 초가공식품 과다 섭취는 불안·정신건강 장애 위험을 53%까지 높이고, 수면장애도 40% 이상 증가시켜 노동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 측면에서도 초가공식품 산업의 영향이 심각하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4 식품산업 환경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7.3%를 차지해 운송업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WHO와 FAO, UNEP는 공동성명을 통해 초가공식품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복합적 위험을 경고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의 영양표시 의무화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라 현행 182개 품목에서 259개 전체 가공식품으로 확대되며, 2026년부터 2028년까지 업체 매출 규모별로 단계적 시행된다.
식약처는 2024년 5월 20일부터 11월 30일까지 편의점 내 '건강먹거리 코너' 운영을 지원하고, 2025년까지 나트륨 1일 섭취량 3,000mg 이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저감화 방안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식품업계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CJ제일제당, 풀무원, 농심 등 주요 기업들이 식물성 대체육 시장에 진출했으며, 식물성 해산물 대체품 개발도 활발하다. 정부는 식물성 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대체 단백질 연구 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제품 수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