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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중단된 중국 국제 입양 프로그램, 차기 행정부에 기대 거는 미국 가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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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0] 중단된 중국 국제 입양 프로그램, 차기 행정부에 기대 거는 미국 가정들

270여 가구 입양 절차 중단에 해결 촉구, 미·중 관계 개선 계기 될 수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어린이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어린이들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사진=로이터
30년간 지속된 중국의 국제 입양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종료되면서, 입양을 기다리던 수백 명의 미국 가정들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 270건의 미결 입양 문제 해결이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일리노이주에 거주하는 하이디 스나이더(39)는 "살아있는 아이의 죽음과도 같았다"며 입양 프로그램 종료 소식을 접했을 때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스나이더 가족은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한 6살 소녀 윌로우를 입양하기 위해 5년을 기다려왔다. 2020년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중단되기 직전, 입양 절차의 마지막 단계인 여행 허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 의회는 지난해 11월 100명 이상의 의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압박을 요청했다. 33개 주 주지사들도 비슷한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미 국무부와 주중 미국대사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중국 측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중국은 1992년 한 자녀 정책 시행 당시 국제 입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30년간 약 16만 명의 중국 아동이 외국 가정에 입양됐으며, 이 중 8만2000명이 미국 가정으로 입양됐다. 2015년 한 자녀 정책 폐지와 저출산 문제가 국제 입양 종료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외교협회의 옌중 황 연구원은 "이 문제 해결은 차기 행정부에게 '손쉬운 외교적 성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는 250여 명의 아동 입양을 성사시킨 공로를 주장할 수 있고, 중국은 미국과의 인적 교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미국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 연구원은 "이는 선의의 표시가 될 수 있다"며 판다 외교의 사례를 언급했다. 중국은 무역과 기술 갈등 속에서도 미국 동물원의 판다 대여를 재개한 바 있다.

현재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 대부분은 심각한 건강문제나 장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립 고아원 아동의 98%가 이러한 상황에 있으며, 입양되지 못할 경우, 18세까지 시설 보호를 받다가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하게 된다.

텍사스주의 코트니 무어는 2019년 남편과 함께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9살 소년의 입양을 승인받았지만, 2023년 1월 이후 어떠한 소식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30년간 수천 명의 아이들이 가정을 찾았다"며 "마지막 300 명의 아이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유산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중국 대사관은 "중국 아동을 입양하려는 각국의 열망과 사랑에 감사하다"면서도 "3세대 이내 친척과 의붓자녀를 제외한 해외 입양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기존 절차가 진행 중이던 입양은 허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