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대만 잠행, 차이리싱 CEO와 만나 모바일 SoC·메모리 '번들 공급' 전격 제안
구글 TPU 패키징 인텔에 분산한 TSMC 공급망 균열 공략… 수율 확보가 분수령
구글 TPU 패키징 인텔에 분산한 TSMC 공급망 균열 공략… 수율 확보가 분수령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21일(현지시각)과 22일 디지타임스와 IT 전문 매체 Wccftech 보도에 따르면, 이번 만남은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파운드리 서비스를 결합한 '묶음 판매'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음을 뜻한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의 AI6 칩 수주와 AMD의 2나노미터(nm) 협력에 이어 미디어텍까지 파운드리 고객사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은 국내 반도체 투자자와 자본시장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전환 국면이 될 수 있다.
인텔 패키징 우회로가 만든 TSMC 공급망의 균열
삼성전자가 TSMC의 독점적 텃밭인 대만에서 현지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인 미디어텍을 직접 공략하고 나선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미묘한 균열이 자리 잡고 있다. 구글의 설계 파트너인 미디어텍은 최근 8세대 추론용 텐서처리장치(TPU)의 첨단 패키징 물량을 TSMC가 아닌 인텔에 맡겼다.
엔비디아와 글로벌 빅테크의 주문 폭주로 TSMC의 첨단 패키징(CoWoS) 생산 능력이 한계에 도달하자 미디어텍이 철옹성 같던 대만 공급망을 벗어나 다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에 기회가 열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 글로벌 CoWoS 수요가 100만 웨이퍼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TSMC의 캐파 타이트 현상은 구조적으로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2025년 미디어텍과의 TV 칩 공급망 조정을 통해 미디어텍 비중을 꾸준히 끌어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에지 AI 및 모바일 고성능 주문형반도체(ASIC) 영역까지 영토 확장을 시도한다.
메모리 초격차 앞세운 삼성의 통합 수주 전략과 수율 검증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파운드리 수주를 견인하는 배수진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디어텍의 차세대 디멘시티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에 고성능 초고속 저전력 메모리를 우선 공급하거나, 정상 칩에만 비용을 청구하는 '굿 다이(Good Die)' 과금 방식을 적용해 5나노 이하 첨단 파운드리 공정 주문을 유치하는 방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과거 스냅드래곤 수주를 위해 모바일 브랜드, 디스플레이 등 그룹 전사적 자원과 단가 할인을 동원했던 수주 드라이브를 재가동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다만 냉정하게 진단해야 할 대목은 첨단 공정의 양산 안정성이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아라운드(GAA) 기반의 2나노 공정을 앞세우고 있으나, 첨단 공정의 실질 수율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은 내부적으로 2나노 관련 주문이 2026년 기준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로드맵을 가동 중이지만, 외부에 공개된 수율 수치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디어텍이 당장 플래그십 칩 생산 기지를 TSMC에서 삼성전자로 대거 이동할 확률은 지켜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수율 부담이 적은 중저가 스마트폰용 에지 AI 칩이나 가전용 칩의 부분 수주 단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IB, 대안 없는 TSMC 독점의 경고음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이재용 회장의 행보를 TSMC의 가격 독주에 대응하는 글로벌 공급망의 필연적인 움직임으로 분석한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 분석을 종합하면, TSMC가 매년 파운드리 단가를 인상하고 엔비디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선단 공정 캐파를 독점하면서 중순위 팹리스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한계에 직면했다. 글로벌 자본 시장은 삼성전자가 당장 기술적 격차를 완전히 좁히지 못하더라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팹리스들의 강력한 '조건부 대안 공급자' 역할을 하며 장기적 밸류체인 재가동에 나선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투자자 독자 체크포인트
반도체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투자자가 향후 주가 향방을 판단하기 위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미디어텍 차세대 디멘시티 칩의 삼성 파운드리 다변화 공식 계약 공시 여부다. 생산 물량의 일부라도 공식 다변화가 확정되면, 삼성 파운드리 4·5나노 라인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져 비메모리 부문의 흑자 구조 전환을 이끄는 핵심 트리거가 된다.
둘째, 삼성전자 2나노 GAA 선단 공정의 2026년 하반기 양산 및 수율 목표 달성 여부다. 삼성이 공언한 2026년 하반기 양산 일정에 맞춘 실질 성과가 기업설명회(IR)와 콘퍼런스콜 등에서 반복적으로 검증되어야만 대형 빅테크의 대규모 수주 확대로 연결된다.
셋째, 대만 TSMC의 CoWoS 첨단 패키징 독점에 따른 팹리스 고객사들의 마진율 변동 추이다. TSMC의 캐파 독식과 가격 인상 압박으로 중위 팹리스들의 마진 방어가 어려워질수록, 삼성의 '메모리+파운드리 묶음' 전선으로 이탈하는 공급망 다변화 속도가 빨라진다.
이번 대만 잠행은 단순한 고객사 미팅을 넘어 TSMC의 독점 체제 균열을 파고들려는 삼성전자의 과감한 승부수다. 선단 공정 수율 검증이라는 명확한 제약 조건이 존재하므로 과도한 확신은 경계해야 하나, 지정학적 분산 수요와 결합한 삼성의 메모리 공급 권력은 국내 반도체 대형주의 중장기 리레이팅을 이끌 수 있는 잠재적 촉매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