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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시 유가 130달러… 2008년 금융위기급 충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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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지속시 유가 130달러… 2008년 금융위기급 충격 온다

공급망 마비로 인한 글로벌 원유 시장 '퍼펙트 스톰' 우려
8월까지 봉쇄 시 원유 수요 급감하며 세계 경제 침체 불가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글로벌 원유 공급망을 정면으로 타격하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자문사 래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은 호르무즈 해협이 오는 8월까지 봉쇄될 경우, 전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극심한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블룸버그 통신의 2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래피단 에너지 그룹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이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파급 효과를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부터 이어진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글로벌 상품 시장의 수급 구조를 뒤흔들면서 촉발됐다.

공급 대란 시나리오: 8월 봉쇄가 분기점

래피단 에너지 그룹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에 따른 시장 영향력을 세 단계로 구분해 분석했다.

가장 기본적인 시나리오는 해당 수로가 오는 7월 중 재개방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글로벌 원유 시장은 하루 평균 260만 배럴의 수요 감소와 함께, 브렌트유 기준 현물 시장 가격이 여름 중 배럴당 130달러 선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봉쇄가 8월까지 길어질 경우다. 래피단 에너지 그룹 분석가들은 "8월까지 통행이 가로막히면 3분기 중 하루 평균 공급 부족분이 600만 배럴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이는 원유 재고가 운영 불가능할 정도로 바닥을 드러내기 직전의 위험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봉쇄가 8월 이후로 장기화하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3분기 이후의 공급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원유 수요 자체가 인위적으로 붕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주요 시장 예측 기관들 사이에서는 올해 전 세계적인 원유 소비 감소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매크로 리스크: 70년대와 2008년의 악몽 재현될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호르무즈 봉쇄가 가져올 충격을 과거의 경제 위기 사례와 비교하며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래피단 에너지 그룹은 최근 시장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거시경제 환경은 오일 쇼크가 발생했던 1970년대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서는 덜 극단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현대 경제가 과거보다 석유 의존도를 낮췄고,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대응 능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현재 경제 구조가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점이 원유 가격 급등이 금융과 매크로 경제의 취약점을 파고드는 위험을 완전히 상쇄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함과 동시에 성장 둔화를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를 실체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2월 말 무력 충돌 본격화 이후 원유 가격은 이미 배럴당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며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시장의 향후 전개: 재고 고갈과 생산 재개 사이의 시차


전문가들은 설령 8월 초에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시장의 즉각적인 회복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아랍 걸프 지역의 생산량이 서서히 늘어나고 원유 선박이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물류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원유 재고는 9월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즉, 해협 봉쇄가 풀리더라도 공급 부족의 여파는 3분기 내내 시장을 짓누르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호르무즈 봉쇄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과 금융 시장에 던진 경고음은 단순한 일시적 요동을 넘어, 세계 경제의 체질적 회복력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