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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나이지리아, 자국 통화 결제 가능한 현지 클라우드 스타트업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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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자국 통화 결제 가능한 현지 클라우드 스타트업 부상

나이라화 폭락에 따른 비용 부담 속 현지 기업들 AWS·구글 대안으로 성장
2020년 1월 21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한 남성이 휴대폰 화면에 플러터웨이브 홈페이지를 표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0년 1월 21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한 남성이 휴대폰 화면에 플러터웨이브 홈페이지를 표시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프리카 기술 산업의 중심지 나이지리아에서 현지 클라우드 기업들이 AWS,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글로벌 기업의 대안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최근 4년간 나이지리아 통화인 나이라가 미 달러 대비 약 70%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로 지불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이 현지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핀테크 플랫폼 오크라(Okra)의 창업자 파라 아시루는 "청구서는 어마어마했다"며 "나이지리아의 경제적 어려움과 결합하면 이 모델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밝혔다.

아시루는 2024년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후 '네뷸라(Nebula)'라는 회사로 클라우드 사업을 분사했다. 네뷸라는 노부스(Nobus), 갤럭시(Galaxy), 서버번(Suburban), 레이어3(Layer3) 등 여러 현지 클라우드 기업들과 함께 나이라화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지 통화 결제 외에도 이들 기업은 데이터 주권이라는 중요한 차별점을 내세우고 있다. 서버번 클라우드의 CEO 브루스 아요노트는 "나이지리아 유권자의 데이터가 유럽에 저장된다는 것은 어떤 생각일까?" 라고 반문하며 자체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레스트 오브 월드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갤럭시 백본의 미디어 책임자 치디 오크팔라는 "우리는 데이터 주권 내러티브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갤럭시 백본은 정부가 설립한 회사로 현재 아부자와 카노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변화를 감지했다. AWS는 올해 1월부터 나이라화로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트 아프리카의 매니징 파트너 이이놀루와 아보예지는 "AWS는 나이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며 "우리는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 가능한 경우 현지 솔루션을 찾도록 조언한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설명했다.

나이지리아에는 1만9000개 이상의 기술 스타트업이 있으며, 1400개의 벤처 투자 스타트업은 총 2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많은 현지 기업은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 즉 여러 기업이 하나의 데이터센터 시설 내 공간을 임대해 각자의 서버를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레이어3의 설립자 오야제 이도코는 "우리는 라고스에 두 개, 아부자에 한 개의 데이터센터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밝혔다.

아프리카 데이터센터 기업 오픈 액세스의 오빈나 아두미케는 "현지 통화 결제 필요성에 힘입어 현지 클라우드 제공업체 서비스 수요가 증가했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그러나 기술적 격차는 여전한 과제다. 부동산 기술 회사 머스터의 CEO 우고추쿠 오코로는 AWS에서 현지 업체인 기가레이어로 이전했지만 "많은 사용자가 기술 문제 때문에 서비스 사용을 꺼릴 수 있다"며 "수동으로 시스템을 통합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엔지니어는 AWS의 원활한 플러그 앤 플레이에 익숙하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설명했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약 65%를 차지하는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는 아프리카에서도 남아공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왔다. 나이지리아에는 AWS가 2023년 라고스에 개설한 소규모 센터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없는 상황이다.

미·중 기술 디커플링의 여파로 데이터 저장 방식과 위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현지 클라우드 업체들은 저렴한 비용과 데이터 주권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