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운니 등 플랫폼 통해 세계 각국 환자 유치... 년 11만 명 방문
"한국에선 성형수술이 이발소 가는 것처럼 일상적" 러시아 출신 코디네이터 증언
"한국에선 성형수술이 이발소 가는 것처럼 일상적" 러시아 출신 코디네이터 증언

지난해 12월, 서울 곳곳의 버스와 정류장에는 배우 전종서와 장윤주가 등장하는 성형수술 광고가 게재됐다. '정확한 정보로 아름다움을 찾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광고의 주인공은 강남운니로 67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미국과 일본 내 3700개 피부과 및 성형외과와 연결해주는 한국 최대 뷰티·의료 정보 플랫폼이다.
강남운니의 모회사인 힐링 페이퍼는 2023년 약 29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일본과 태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같은 해 104개국 환자들이 한국 클리닉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다국어 국경 간 서비스 '운니'를 출시하기도 했다.
한국안면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600개 이상의 성형외과 클리닉 중 약 55%가 강남에 집중되어 있다. '강남'은 성형외과 제국의 중심지이며, '운니'는 한국어로 '언니'를 의미한다.
한국 연예인들이 성형 업계와 제휴하거나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는 사례가 늘면서 성형수술의 사회적 이미지도 크게 개선됐다. 넷플릭스 '싱글즈 인페르노' 최신 시즌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시안은 자신의 시술 경험을 공개한 후 오히려 팬들의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을 받은 대표적 사례다.
한국안면성형외과학회 회장이자 서울의 외과 의사인 이건희는 "2000년대 들어 한국에서 극심한 경쟁이 부상하면서 사람들은 좋은 외모를 사회적 경쟁력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다"며 "취업에 도움이 될 좋은 외모를 얻기 위해 성형수술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여자대학교 한국학 강사 데이비드 티자드는 이를 '룩시즘(lookism)'이라고 부른다. "어떤 이들에게는 외모주의와 아름다움에 대한 집중이 긍정적인 것이다. 이는 자기 개선의 방법이며, 유교적 자기 수양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그는 코리아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50~60대, 심지어 65세 이상의 한국인들도 성형외과의 단골 고객이 되고 있지만, 더 주목할 점은 전 세계 환자들이 한국의 성형수술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관광공사는 2010년 의료복지팀을 구성해 의료관광산업을 주도했다. 이동석 팀장은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외국의 중산층이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경향을 보고 속도를 냈다"며 "그들은 병원 방문뿐만 아니라 호텔 예약, 식사, 쇼핑 등 다양한 소비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2019년에는 약 50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한국을 방문했으며, 그중 9만 500명이 성형외과를 찾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부상으로 K-콘텐츠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제2의 한류'가 탄생했다.
2023년 한국에서 성형외과를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1만4000명으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한 2009년 2850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20~30대가 주를 이루며, 출신국은 일본, 중국, 미국, 태국 순이었다.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한국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안나 오는 "러시아나 유럽에서는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발소에 가거나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는 것처럼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문제점도 증가하고 있다. 허위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법 브로커들이 늘고 있어 업계의 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제 미용성형외과학회에 따르면 이러한 성형 문화는 한국 사회 내에서도 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 인근에 사는 35세 모델 안성미는 "졸업 후 연예기획사에 입사했을 때 친구들이 점점 더 쌍꺼풀 수술을 제안했다"며 사회적 압박에 대해 털어놓았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