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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조 달러 딥테크 기업 육성 위한 '에어버스 모델'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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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조 달러 딥테크 기업 육성 위한 '에어버스 모델' 주목

美 거대기업 대항마로...에어버스, 작년 보잉보다 2.3배 많은 항공기 판매
유로넥스트 증권거래소가 2022년 9월 30일 프랑스 파리의 라 디펜스 비즈니스 지구에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로넥스트 증권거래소가 2022년 9월 30일 프랑스 파리의 라 디펜스 비즈니스 지구에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공세적 무역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기술 주권 재확립이 시급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현지시각) 보도를 통해 유럽 기술 기업들이 미국 거대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에어버스의 성공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1970년 유럽 항공우주 산업의 이권을 통합하여 설립된 다국적 기업 에어버스는 지역의 강력한 연구, 설계 및 제조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업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운영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 에어버스는 생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라이벌 보잉보다 2.3배 많은 상업용 여객기를 판매했다.

르네 오버만 에어버스 회장은 "에어버스 모델은 복제될 수 있다"면서도 "오늘날의 기업 설립 방식은 에어버스가 설립되었을 당시와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우주 분야에서 국경을 초월한 유럽 협업 비즈니스가 구축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오버만 회장은 "문화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위험을 감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혁신을 이루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주 뮌헨에서 열린 행사에서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럽 최초의 1조 달러 규모 기술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독일 뮌헨은 유럽에서 글로벌 기술 대기업을 육성할 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남부 도시인 뮌헨에는 소프트웨어 그룹 셀로니스와 페르소니오, 우주 기업 이자르 에어로스페이스, 인공지능 지원 드론 제조사 헬싱, 핵융합 기업 프록시마 퓨전 등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미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 기업이 되었다.

뮌헨의 루드비히 막시밀리안 대학과 뮌헨 공과대학(TUM)은 오랫동안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을 양성해 왔다. 뮌헨 공과대학의 분파인 UnternehmerTUM2년 연속으로 지역 기업가를 육성하는 데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아 FT/Sifted/Statista의 유럽 스타트업 허브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뮌헨 공과대학의 앤-크리스틴 아흐라이트너 교수는 "혁신은 과학, 정부, 비즈니스, 금융의 교차점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탄탄한 대학,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바이에른 정부, BMW, 지멘스, 알리안츠와 같은 확고한 기업들이 있는 뮌헨은 과학, 정부, 비즈니스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아흐라이트너 교수는 "독일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뮌헨도 미국 경쟁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신생 기업을 위한 더 많은 성장 자본을 활성화해야 한다""가장 큰 영향은 자산 배분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융합 기업 프록시마는 2031년까지 태양에 동력을 공급하는 핵융합을 복제하도록 설계된 시범 원자로를 건설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는 알파 스텔라레이터 공장을 건설하고 처음으로 정상 상태에서 핵융합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하는 데 10억 유로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록시마의 프란체스코 시오르티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뮌헨 행사에서 "우리는 별의 힘을 지구로 가져오려고 노력하면서 뻔뻔하게 달을 향해 쏘고 있다"고 말했다. 저렴하고 풍부하며 방사능이 없는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겠다는 전망은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유럽에 특히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크고 복잡한 사업을 구축하는 것의 어려움은 최근 15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한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Northvolt)의 붕괴로 현실화되었다. 이는 유럽 기업들이 성장 과정에 직면하는 실질적 도전을 보여주는 사례다.

수십 년 동안 유럽 지도자들은 혁신을 촉진하는 것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단일시장과 자본시장연합의 완성을 촉구하는 가치 있는, 대부분 이행되지 않은 보고서들이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적 공세가 마침내 유럽 지역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의 차기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국방과 인프라 지출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정치적 바람이 그들의 얼굴이 아니라 등에 불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유럽의 창업자들이 크게 나서야 할 때"라며 "이제 그들은 급속한 확장을 관리하는 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