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가제품 유입과 서방 무역 장벽으로 제조업 기반 약화 심각
서비스업만으로는 한계... 제조-서비스 이중 접근법이 필요
서비스업만으로는 한계... 제조-서비스 이중 접근법이 필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2024년 3.3%에서 2025년 3.1%로 하락할 전망이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조기 탈산업화' 현상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세계화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결과다. 개발도상국들의 제조업 비중이 선진국 대비 낮은 소득 수준에서 감소하는 현상은 이미 지속되고 있었으나, 최근 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1980년대 30%에서 2000년대 12%로 급감했다. 반면, 아시아 초기 산업화 국가들인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간 GDP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상당한 제조업 기반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값싼 중국산 제품의 유입으로 이러한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태국에서는 2021년 이후 3,000개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았으며, 철강 산업의 설비 가동률은 28%까지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직물 산업이나 인도의 장난감 제조업체도 공장 폐쇄와 일자리 감소를 겪고 있다. 서구의 무역 장벽 강화와 중국 내 소비 둔화로 인해 중국의 저가 수출품이 아시아 이웃 국가로 더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제조업에서 중국의 비교우위를 인정하고 서비스 주도 성장 모델로 선회해야 할까? 아니면 산업화에 더 집중해야 할까? 현실적인 답은 이 두 접근법을 균형 있게 병행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제조업은 농업에서 많은 비숙련 노동자를 흡수하고, 자본 축적과 기술 발전, 규모의 경제를 통해 높은 생산성 향상을 제공해왔다. 이는 노동집약적 서비스 분야에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ICT 혁명과 디지털 채널의 빠른 확산으로 서비스 무역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제 서비스 부문도 경쟁력이 강화되고 확장 및 자동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조업의 많은 특성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서비스 부문으로의 전환에는 두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비숙련 및 저숙련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저급 서비스는 생산성이 낮다. 둘째, 높은 생산성 잠재력을 가진 고숙련 서비스는 대부분의 아시아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이 아직 보유하지 못한 고급 기술을 필요로 한다. 인도에서조차 생산성이 높은 ICT 서비스 부문에 직접 고용된 노동력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먼저 첨단 디지털 인프라에 투자하고, 인적 자본 개발을 우선시하며, 기술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 입안자들은 제조업의 급격한 감소를 방지하면서 새로운 제조 환경에 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일시적인 산업 보호 조치보다는 제조업 약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해결책 중 많은 부분이 인적 자본 축적 및 인프라 투자와 같이 강력한 서비스 부문 구축에도 필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이중 접근법 없이는 실직한 공장 노동자들이 농업이나 저숙련 서비스 일자리로 이동하면서 생산성과 임금 정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브라질의 경험은 훈련된 노동력 없이 서비스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수렴이 지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중국의 제조업 우위, 제조업의 자본집약도 증가로 인해 수출 지향적 산업화를 통한 성장 기회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이러한 기회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을 벗어난 공급망 다변화와 녹색·기술 산업의 부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서비스 모델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동시에 제조업 기반 성장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