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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부 '경제 르네상스' 도래...코로나 이후 투자·인구성장 동부·서부 첫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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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부 '경제 르네상스' 도래...코로나 이후 투자·인구성장 동부·서부 첫 추월

텍사스·테네시 등 20개 주 GDP 연평균 2.75% 증가..."관세·이민정책 변화가 변수"
2024년 5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국 세관이 설계한 시스템을 사용하여 작업자들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근처의 안전한 정부 창고 내에서 도착하는 항공 화물 패키지를 스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5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국 세관이 설계한 시스템을 사용하여 작업자들이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근처의 안전한 정부 창고 내에서 도착하는 항공 화물 패키지를 스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중부 지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놀라운 경제적 부흥을 맞으며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해안 지역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금융매체 배런스는 지난 11(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애팔래치아 산맥과 로키 산맥 사이에 위치한 20개 주로 구성된 '하트랜드'(미국 중부지역)이 기업 투자와 인구성장 측면에서 동부·서부 해안 지역을 앞지르는 역사적 전환을 맞았다고 전했다.

하트랜드는 앨라배마, 아칸소, 일리노이, 인디애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루이지애나, 미시간, 미네소타, 미시시피, 미주리,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오클라호마,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텍사스, 위스콘신 등 20개 주를 포함하는 광활한 중부 지역을 일컫는다.

경제 데이터 분석 기관 임플란(IMPLAN)에 따르면, 하트랜드 지역의 비주거 사업 자본 지출은 2023769억 달러(1095800억 원)에 달했으며, 팬데믹 이후 연평균 9.43%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비하트랜드 주들의 자본 지출 증가율 8.86%를 상회하는 수치다. 배런스는 이 지역의 기업 투자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비하트랜드 주에 대한 투자를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미국 인구조사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 인구의 약 39%가 하트랜드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2020년에서 2024년 사이 이 지역의 인구가 약 2.65% 증가해 다른 지역의 2.59% 성장률을 앞질렀다. 배런스의 분석에 따르면 1959년 미국이 50개 주를 모두 포함한 이래 하트랜드 지역의 인구 증가율이 다른 지역을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텍사스와 테네시 주가 높은 인구 성장률을 보였다.
또한, 하트랜드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75%를 기록해 비하트랜드 지역의 2.68%를 상회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중부 지역이 해안 및 다른 지역보다 더 강한 경제적 추진력을 보인 사례다.

◇ 저렴한 비용·정부 지원·산업 다각화가 성장 원동력

이러한 경제적 부흥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미시건주 그랜드래피즈, 인디애나폴리스, 테네시주 내쉬빌, 텍사스주 오스틴 등 다양한 도시에서 관찰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최근 5년 동안 비즈니스와 인재를 유치하며 미국 최대 해안 도시들과 경쟁하고 있다.

특히 콜럼버스는 인텔의 280억 달러(39조, 9000억 원) 규모 반도체 공장과 군사 기술 회사, 안두릴 인더스트리스의 10억 달러(1조, 4000억 원), 규모 공장 유치에 성공했다. 또한, 니트릴 장갑 제조업체인 아메리칸 니트릴은 팬데믹 이후 콜럼버스 근교에 설립되어 불과 3년 만에 북미 최대의 니트릴 장갑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우리는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안개 속을 헤쳐나왔다"11개 카운티 지역을 관할하는 경제 개발 회사 원 콜럼버스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 케니 맥도날드는 말했다. 그는 각각의 새로운 프로젝트와 고용주가 더 큰 생태계를 형성해 다른 기회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트랜드 지역의 부흥은 저렴한 비용과 숙련된 노동력, 기술 변화, 팬데믹 이후 통과된 연방 정부의 대규모 지원 법안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특히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이 지역에 수조 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에너지부를 통해 지급된 총 일자리법 기금의 거의 절반이 하트랜드 주들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투입됐다고 청정 에너지 비영리 단체인 클린패스가 개발한 추적 도구는 보여주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중부지역의 상업용 또는 산업용 전기 가격은 다른 지역보다 3분의 1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경쟁력은 경제 성장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고 경제혁신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담 오지멕은 말했다.

◇ 관세·이민 정책 변화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전망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관세 정책과 이민 제한 조치는 이 지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거의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대부분의 무역 상대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더 높은 "상호적"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도시 및 지역 수석 경제학자 바바라 덴햄은 "새로운 관세는 중부지역 제조업 중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생산 투입 비용 증가 또는 보복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일대학교 예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발표된 관세는 2025년 실질 GDP 성장률을 1.1%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조셉 개그논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수준으로 관세 인상을 단행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최소 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민 제한 정책도 중부지역 경제에 도전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의 추정치에 따르면, 연간 총 순 이민자는 작년 12170만 명에서 올해 270만 명으로 감소했다. 경제혁신그룹의 연구는 이민 감소가 저성장 지역사회에 특히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여주었다.

하지만, 하트랜드 지역의 산업 다각화는 이러한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탄력성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최근 보고서는 경제적 다양성이 부정적인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스턴 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릭 간디는 오대호와 플레인스 주의 은행 대출 성장률이 2024년 전년 대비 각각 3.1%2.1% 증가한 점을 들어 이를 미래 지향적인 성장 지표라고 평가했다. 전국적으로는 0.6% 증가에 그쳤다.

한편, 피치 레이팅스의 미국 경제 리서치 책임자 올루 소놀라는 "이 관세율이 장기간 유지된다면 대부분의 예측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중부지역의 경제적 모멘텀과 산업 다각화는 장기적 성장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