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는 올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예상치를 270달러에서 25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씨티는 이어 올해 S&P500 지수 전망치도 기존의 6500에서 5800으로 낮췄다.
씨티의 기업 이익 추정치와 S&P500 지수 전망치 하향 조정은 관세가 기업 이익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월가 주요 은행들의 최근 경고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미국 주식 전략 책임자 역시 2025년 기업 EPS 전망치를 271달러에서 257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윌슨은 "90일간 상호관세 유예와 지난 주말 사이 추가적인 관세 양보로 단기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은 줄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밝혔다. 윌슨 전략가는 현재 올해 S&P500 지수가 5000~5500포인트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8% 넘게 하락했고, 이날 거래에서는 0.79% 오른 5405.97포인트로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 격화로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시장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최근의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이 완전히 정지된 상태에서 기업과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윌슨은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가 5%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S&P500 지수가 다시 5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고, 지난주 저점을 재차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반면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 합의로 현재 남아 있는 관세가 대폭 인하된다면, 시장에 상당한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씨티의 크로너트는 "올해 초에 자리 잡았던 골디락스 심리가 이제는 철저한 불확실성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정책이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발전해 온 세계 무역 시스템을 붕괴시킬 것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이미 소비지출 여력이 약화된 미국 소비자들의 소득을 위협하고 있다.
씨티와 모건스탠리는 경기 침체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가벼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지난주 델타항공이 글로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연간 실적 가이던스를 철회하는 등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윌슨은 이처럼 어려운 환경에서 가격에 이미 리스크가 반영된 업종인 운송, 소재, 반도체, 자동차, 제약/바이오 및 하드웨어 업종에서 기회를 찾을 것을 권고했다.
그는 반면, 소비재와 필수품 관련 주식의 경우에는 하락에 베팅하는 전략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