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베이비부머 세대 '제로 유산' 철학 확산...유산 상속 의향 22% 불과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 베이비부머 세대 '제로 유산' 철학 확산...유산 상속 의향 22% 불과

자녀 상속 대신 자신 위한 소비 중점
높은 의료비·생활비 부담에 노후 자금 우선하는 경향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녀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기보다 자신들의 은퇴 후 삶에 자산을 집중하는 '제로 유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높은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 속에 노후 자금을 우선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움직임이 대규모 세대 간 자산 이전이라는 기존 예상을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녀에게 많은 유산을 남기기보다 자신들의 은퇴 후 삶에 자산을 집중하는 '제로 유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높은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 속에 노후 자금을 우선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움직임이 대규모 세대 간 자산 이전이라는 기존 예상을 바꾸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 출생) 부모들 사이에서 자녀에게 재산을 거의 물려주지 않는 '제로 유산' 경향이 확산되면서 자녀 세대의 기대와 달리 대규모 자산 이전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포브스 재팬이 지난 20(현지시각) 보도했다.

금전적으로 보수적인 삶을 살며 오랜 기간 소득을 쌓아온 베이비부머 부모들은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이들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재산을 물려받을 것이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은 성인 자녀들은 부모의 자산 관리 방식 변화에 실망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산을 견실하게 지킨다고 여겨졌던 기존 세대와 달리, 단순히 유산을 남기는 대신 지금 바로 자신들의 부를 즐기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행, 취미 활동 등 경험을 우선시하며, 자녀 상속을 위해 억지로 절약하기보다 자신의 노후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제로로 죽기' 철학 확산


이러한 경향은 '제로로 죽기(Die with Zero)' 철학으로 대표된다. 이는 은퇴 후 자산을 모두 소진하고 생을 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 거액의 유산을 계속 지키려 했던 경향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머니와이즈(MoneyWise)에 따르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이 철학을 지지한다.

실제로 2024년 노스웨스턴 뮤추얼 조사 결과, 자녀에게 유산을 남기겠다고 답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22%에 불과했다. 찰스 슈왑 조사에서도 미국 고액 자산 보유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들에게 자산을 바로 물려주거나 사망 후 남기는 것보다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의료비, 생활비, 수명 증가 등 현실적 요인 작용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데 집중하는 데는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우선 의료비 상승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의료 기술 발전으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년층의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피델리티 추계에 따르면, 65세 은퇴자는 은퇴 후 평균 165000달러(23504만 원) 이상의 의료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요양 비용은 연간 64000달러(9116만 원)를 초과할 수도 있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상승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일상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저축액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쉬워 상속으로 돌아갈 금액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평균 수명이 80, 90대까지 늘면서 노후 자금이 바닥날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많은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부모 세대의 검소한 생활 방식과 장기간에 걸친 소득 축적, 부동산 가치 상승, 주식 시장 호황 등에 힘입어 미국 전체 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상당한 자산을 형성했다. 하지만 이들이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보다 자신의 노후 생활을 즐기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자녀 세대가 기대하는 '대규모 자산 이전'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러한 자산 관리 방식 변화는 자녀 세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로부터 상당한 유산을 기대했던 자녀들은 실망감을 느낄 수 있으며,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의료비 상승, 인플레이션, 평균 수명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제로 유산' 경향을 가속화하며, 이에 따라 자녀 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는 미국 부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신의 노후 생활을 즐기는 데 집중하면서 자녀 세대가 기대하는 '대규모 자산 이전'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의료비 상승, 인플레이션, 평균 수명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자녀 세대는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