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 분석 "조디악 마리타임 소유 VLCC '사이언 노바'호 하역 완료"
미·중 무역 갈등 속 이례적 사례...그 배경에 관심 집중
미·중 무역 갈등 속 이례적 사례...그 배경에 관심 집중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트레이드윈즈의 보도에 따르면 조디악 마리타임(Zodiac Maritime) 소유의 31만9000DWT급 사이언 노바(Cyan Nova)호(2011년 건조)가 미국 텍사스에서 출발, 약 두 달간의 항해 끝에 중국 닝보항에 도착해 하역을 마쳤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125%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적용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례적인 사건이다.
◇ 주목받는 운송 경로와 관세 영향
사이언 노바호는 2개월에 걸쳐 중국 내 미국산 원유 수입의 주요 관문인 닝보 스후아 원유 터미널(Ningbo Shihua Crude Oil Terminal)에 입항해 짐을 풀었다.
중국은 지난 4월 12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84%에서 125%로 대폭 인상하며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원유의 경우,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산 원유의 중국 도입 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입 자체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따라서 사이언 노바호의 이번 하역 성공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 수급 배경과 시장 파급 효과
중국 정유사들은 기존 중동산 원유(오만, UAE)뿐만 아니라 러시아 및 이란산 원유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미국산 원유 수입이 성사된 것은 특정 계약 조건이나 가격 경쟁력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운송이 관세 부과 이전에 체결된 장기 계약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환적과 같은 우회 방식을 활용한 특별한 무역 조건이 적용됐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은 없다.
이번 사례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화주들이 높은 관세를 감수하고 미국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는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과 전략적인 무역 관계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감소로 인해 VLCC 운송 시장은 동남아시아(인도, 일본 등)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이언 노바호의 사례는 예외적인 형태의 거래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번 사례는 에너지 수급의 필요성과 공급망의 유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