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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빅딜] 러시아, 점령지 20% 기반 '영토 교환' 제안…미·러 정상회담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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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빅딜] 러시아, 점령지 20% 기반 '영토 교환' 제안…미·러 정상회담 쟁점 부상

푸틴, 동·남부 4개 주 완전 통제 목표…젤렌스키 "영토 할양은 위헌"
1,000km 전선 교착 속 '요새 지대' 격전…피란민 1,000만 명 발생
러시아가 지난 2020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지금까지 점령한 도시. 사진=알자지라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지난 2020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지금까지 점령한 도시. 사진=알자지라
3년간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알래스카에서 마주 앉는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인 '영토 교환(land swapping)'은 러시아가 현재 점령지를 유지하는 대신 전쟁을 동결하는 방안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알자리라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20%에 이르는 11만4500km²를 실효 지배하고 있으며, 동부와 남부 핵심 4개 지역의 완전한 장악을 목표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 '영토 교환' 둘러싼 동상이몽


우크라이나의 태도는 단호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할양은 절대 불가하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는 "러시아에 땅을 선물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권 수호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헌법은 어떠한 영토 할양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법적,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명확하다.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를 포함해, 2022년 이후 부분 점령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주 전체를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다. 이 지역들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병합을 선언한 곳들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8일, 양국 관리들이 러시아의 점령지 유지를 허용하는 '전쟁 동결' 협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가입을 포기하고 영구 중립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요구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최근 최대 격전지였던 동부 돈바스 지역 일부에서 군대를 철수해야 한다.

◇ 1000km 전선 교착 속 '요새 지대' 격전


현재 양국의 전선은 북부 하르키우부터 남부 헤르손까지 약 1000km에 걸쳐 이어진다. 러시아는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4분의 3, 그리고 '돈바스'로 불리는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의 88%(약 4만6570km²)를 장악했다. 구체적으로 루한스크주 거의 전역과 도네츠크주의 약 4분의 3을 점령했다. 또한 쿠르스크, 수미, 미콜라이우,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등 북동부와 남동부 일부 소규모 지역도 점령돼 있다.

특히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마지막 저항 거점인 이른바 '요새 지대(fortress belt)'를 무너뜨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슬로비얀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등 주요 도시가 포함된 이 지역은 지난 11년간 우크라이나의 핵심 방어선이자 행정·물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은 약 6,600km²에 불과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의 요새 지대는 크렘린의 영토 야욕에 주요 장애물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군은 토레츠크와 포크로우스크 방향으로 병력을 집중하며 이 요새 지대를 향해 약 10km를 추가 진격하는 등 상당한 군사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알자지라의 알렉스 가타풀로스 국방 에디터는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모든 것을 가졌고,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는 있지만 이 분쟁에서 서서히 이기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종심 방어 진지를 구축하지 않았다면, 러시아군은 탁 트인 지대로 진출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은 우크라이나에게 정말 위험한 시기"라고 경고했다.

전쟁이 3년째 접어들며 이처럼 교착과 소모전 양상으로 굳어진 데에는 그간의 치열했던 공방이 자리 잡고 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초기, 러시아는 압도적인 공세로 마리우폴, 이지움, 세베로도네츠크 등 주요 도시를 함락시켰다. 그러나 2023년 말까지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성공하며 러시아가 점령했던 영토의 약 54%를 탈환, 점령지를 국토의 18% 수준까지 줄이며 전세를 뒤집는 듯했다.

하지만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10km가량 침투해 약 250km²를 점령했으나 러시아에 다시 빼앗기면서, 전쟁은 양측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는 소모적인 교착 상태에 빠졌다. 러시아의 최근 공세는 이러한 균형을 깨고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악의 피란 위기를 낳았다. 유엔(UN)에 따르면 전쟁 전 인구의 21%에 해당하는 약 1,0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집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약 4100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된 수치다. 이 중 370만 명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국내 실향민으로 남아 있으며, 690만 명 이상은 해외 난민으로 고통받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