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C 부주석, 50일 이상 모습 감춰...먀오화 이어 숙청 가능성 제기
미중 무역전쟁 이면의 軍 내부 투쟁, 더 심각할 수도
미중 무역전쟁 이면의 軍 내부 투쟁, 더 심각할 수도

허 부주석은 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이자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다. 시 주석과 장유샤(張又俠·74) 부주석에 이은 군부 서열 3위이며, 제복 군인 중에서는 2인자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이후 참석해야 할 주요 공개 행사에 4차례 연속 불참했고, 지난 4월 25일 열린 정치국 회의 및 집단학습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정치국 위원 24명 중 불참자는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이던 왕이(王毅·71) 외교부장과 허 부주석뿐이었다.
◇ 대만통(通) 부주석의 이례적 잠행
허 부주석의 장기 부재는 시 주석의 대만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는 과거 대만 해협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사령관을 역임하며 군사작전 입안을 총괄한 대만 전략 전문가다. 동부전구는 중국 5대 전구 중 하나로 장쑤성 난징시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2015년 군 개편 이후 난징군구를 계승했다.
허 부주석의 잠행 직후인 4월 1일,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대만 전문가인 허 부주석 등 핵심 지휘관 없이 훈련이 강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시진핑 권력 기반 '31집단군' 숙청설
특히 허 부주석이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인 푸젠성 근무 시절 인맥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제31집단군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푸젠성은 시 주석이 1980년대 중반부터 17년간 근무하며 정치적 기반을 닦고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결혼한 '기회의 땅'이었다. 당시 푸젠성 부서기였던 시 주석은 1996년 대만 총통 선거 직전 푸젠성 연안에서 실시된 대규모 상륙훈련 때 현지를 찾은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군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며 중앙 정계 인맥을 구축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후 31집단군 출신들을 대거 중용해왔다.
허 부주석과 마찬가지로 5개월째 정직 상태인 먀오화 주임 역시 31집단군 출신이다. 현재 군 내부에서는 시 주석 주도의 숙청 바람이 거세며, 31집단군 출신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주석의 이례적인 부상은 2022년 당 대회 전부터 회자된 바 있다. 당시 중국 SNS에서는 "허웨이둥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랐지만, 가장 운이 좋았던 것은 퇴역 연령 직전에 또 승진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유포됐다. 이 글은 허 부주석이 2019년 말 동부전구 사령관(상장 계급)으로 승진하고, 2022년 당 대회에서 예상 밖으로 중앙군사위 위원 및 정치국 위원으로까지 파격 승진한 배경에 시 주석의 '신의 손'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 '실패한 인사' 후폭풍…미·중관계 영향 촉각
군부 내 핵심 인물들의 연이은 실각 또는 잠행은 시 주석이 3년 전 당 대회에서 구축한 권력 구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의 최종 결정권(군사위 주석 책임제)이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발탁한 측근들마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실패한 인사의 뒷수습'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현재 세계의 이목은 미·중 간 관세 전쟁에 쏠려 있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 중인 중국 군 내부의 심각한 권력 투쟁과 숙청은 향후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 전반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면적인 무역 갈등 이면에 가려진 군 내부의 복잡한 투쟁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