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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군부 실세 허웨이둥 50일째 행방불명…시진핑 대만 전략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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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군부 실세 허웨이둥 50일째 행방불명…시진핑 대만 전략 '공백' 우려

CMC 부주석, 50일 이상 모습 감춰...먀오화 이어 숙청 가능성 제기
미중 무역전쟁 이면의 軍 내부 투쟁, 더 심각할 수도
중국 군 서열 3위이자 제복군 2인자인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50일 넘게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만 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그의 갑작스러운 잠행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만 전략에 '공백' 우려를 낳는 동시에,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정직에 이은 군 내부 숙청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군 서열 3위이자 제복군 2인자인 허웨이둥(何衛東)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50일 넘게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만 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그의 갑작스러운 잠행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만 전략에 '공백' 우려를 낳는 동시에, 먀오화 정치공작부 주임 정직에 이은 군 내부 숙청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군부의 핵심 인물이자 시진핑(習近平·71)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꼽히는 허웨이둥(何衛東·67)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50일 이상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 부주석의 실종은 군내 '시진핑 대표'로 불리던 먀오화(苗華·69)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 주임이 정직된 지 5개월 만에 발생한 일이어서, 시 주석 체제 내부의 권력 투쟁이나 숙청 가능성마저 제기된다고 닛케이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허 부주석은 공산당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이자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다. 시 주석과 장유샤(張又俠·74) 부주석에 이은 군부 서열 3위이며, 제복 군인 중에서는 2인자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3월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참석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이후 참석해야 할 주요 공개 행사에 4차례 연속 불참했고, 지난 4월 25일 열린 정치국 회의 및 집단학습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 정치국 위원 24명 중 불참자는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이던 왕이(王毅·71) 외교부장과 허 부주석뿐이었다.

◇ 대만통(通) 부주석의 이례적 잠행


허 부주석의 장기 부재는 시 주석의 대만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는 과거 대만 해협을 관할하는 동부전구 사령관을 역임하며 군사작전 입안을 총괄한 대만 전략 전문가다. 동부전구는 중국 5대 전구 중 하나로 장쑤성 난징시에 사령부를 두고 있으며, 2015년 군 개편 이후 난징군구를 계승했다.

허 부주석의 잠행 직후인 4월 1일, 동부전구가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발표한 점도 주목된다. 대만 전문가인 허 부주석 등 핵심 지휘관 없이 훈련이 강행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시진핑 권력 기반 '31집단군' 숙청설


특히 허 부주석이 시 주석의 권력 기반인 푸젠성 근무 시절 인맥과 깊은 관련이 있는 제31집단군 출신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푸젠성은 시 주석이 1980년대 중반부터 17년간 근무하며 정치적 기반을 닦고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결혼한 '기회의 땅'이었다. 당시 푸젠성 부서기였던 시 주석은 1996년 대만 총통 선거 직전 푸젠성 연안에서 실시된 대규모 상륙훈련 때 현지를 찾은 중앙군사위 부주석 등 군 고위 인사들과 교류하며 중앙 정계 인맥을 구축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그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후 31집단군 출신들을 대거 중용해왔다.

허 부주석과 마찬가지로 5개월째 정직 상태인 먀오화 주임 역시 31집단군 출신이다. 현재 군 내부에서는 시 주석 주도의 숙청 바람이 거세며, 31집단군 출신 간부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허 부주석의 이례적인 부상은 2022년 당 대회 전부터 회자된 바 있다. 당시 중국 SNS에서는 "허웨이둥은 여러모로 행운이 따랐지만, 가장 운이 좋았던 것은 퇴역 연령 직전에 또 승진한 것"이라는 내용의 글이 유포됐다. 이 글은 허 부주석이 2019년 말 동부전구 사령관(상장 계급)으로 승진하고, 2022년 당 대회에서 예상 밖으로 중앙군사위 위원 및 정치국 위원으로까지 파격 승진한 배경에 시 주석의 '신의 손'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 '실패한 인사' 후폭풍…미·중관계 영향 촉각


군부 내 핵심 인물들의 연이은 실각 또는 잠행은 시 주석이 3년 전 당 대회에서 구축한 권력 구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 통수권자인 시 주석의 최종 결정권(군사위 주석 책임제)이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이 발탁한 측근들마저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실패한 인사의 뒷수습'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현재 세계의 이목은 미·중 간 관세 전쟁에 쏠려 있지만, 그 이면에서 진행 중인 중국 군 내부의 심각한 권력 투쟁과 숙청은 향후 대만 문제와 미·중 관계 전반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표면적인 무역 갈등 이면에 가려진 군 내부의 복잡한 투쟁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