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는 이란과의 4차 핵협상이 연기된 직후 나온 발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이 다시 한 번 고조되는 양상이다.
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으로부터 원유 또는 석유화학 제품을 ‘어떤 양이든’ 구매하는 나라는 즉시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되며 미국과는 어떤 방식으로도 거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란 정권은 중동 전역에서 무장세력과 테러단체를 자금 지원하고 있다”며 제재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같은 경고는 이란 핵협상을 위한 미국과 이란 간 4차 회담이 연기된 직후에 나왔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예정돼 있었던 회담은 돌연 연기됐으며 이란 측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회담 일정은 미국의 태도 변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최대 압박’ 캠페인을 지시했으며 지난달에는 오만에서 이란과의 비공식 핵협상을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외교적 해법을 선호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발언은 오히려 협상보다는 제재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직후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 6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1.07달러(1.8%) 오른 배럴당 62.13달러에 마감됐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03달러(1.8%) 오른 59.24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드루 리포우 대표는 “세컨더리 제재가 실제로 집행되면 하루 약 150만배럴 규모의 이란산 원유 공급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금처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 약속을 넘겨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이 낮은 유가를 배경 삼아 제재를 강화하기 더 좋은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는 특히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이 현재 이란산 원유를 ‘압도적으로 가장 많이’ 수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콧 모델 라파단 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가 계속 중국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 국유기업과 관련 인프라를 직접 제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OPEC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OPEC+는 오는 5일 8개국 회의를 열고 6월 산유량 조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다수의 회원국은 6월에도 산유량 증산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동맹국 및 업계 관계자들에게 “장기간 낮은 유가도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하며 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추가 감산에 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측면에서도 불안 요소는 있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기업들이 관세 인상 전 수입을 늘리기 위해 앞당겨 재고를 확보하면서 수입이 폭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가 실시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올해 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