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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부품사 절반 이상, 트럼프 관세에 가격 인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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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 부품사 절반 이상, 트럼프 관세에 가격 인상 검토

닛케이 설문조사 결과...29개 수출 기업 중 16곳 "비용 전가 고려"
NHK 스프링, 미국 생산 확대...코이토는 멕시코 생산 미국 이전 검토
일본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생산을 옮길 수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고 다른 일부는 생산을 옮길 수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일본 주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중 절반 이상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닛케이는 약 100개 일본 주요 부품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4월 말까지 44개사의 응답을 받았다. 이 중 약 70%에 해당하는 29개 기업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관세로 인한 부담 증가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29개 업체 가운데 50% 이상인 16개사가 "높아진 비용을 전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13개사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거나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어링 제조업체 NTN은 관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인상하기 위한 완성차 제조업체와의 협상을 시작했다. 매출의 약 30%가 미주 지역에서 발생하는 NTN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3일 완성차에 대한 25% 관세를 이미 부과했으며, 5월 3일부터는 부품에 대한 관세도 시행된다. 행정 명령은 미국 내에서 제조된 완성차의 일부 수입 부품에 대해 면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부품 제조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전망이다.

부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결국 완성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토요타 자동차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지금까지 미국 시장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부품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일부 부품 제조업체들은 관세에 대응해 생산 이전을 검토 중이다. 관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 29개사 중 1개사는 이미 생산 이전을 결정했다고 밝혔고, 6개사는 이를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약 4개사 중 1개사가 생산 이전에 긍정적이라는 의미다.

스프링 제조업체 NHK 스프링은 미국 내 생산 계획을 변경했다. 당초 일부 생산을 일본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미국 생산 수준을 유지하고 일부 부품 생산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자동차 조명 제조업체 코이토 매뉴팩처링은 완성차 업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멕시코 생산을 줄이고 미국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서스펜션 부품 제조업체 테인(Tein)은 5월 중순부터 중국 기반 생산을 일본으로 이전해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조치다. 테인은 중국에서 미국 외 지역을 대상으로도 부품을 생산하고 있어 일본으로의 이전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협회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서 미국으로 약 137만 대의 차량이 수출됐다. 미국은 일본 자동차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자동차 산업은 판매 및 관련 분야를 포함해 일본에서 558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노동력의 약 10%에 해당한다.

닛산 자동차는 이미 미국행 주요 모델의 일부 생산을 미국 시설로 이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이 일본 밖으로 생산을 이전할 경우 일본 내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