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3만 명 충원하지만 손실 눈덩이…병력 유지 '줄타기'
국방비, 냉전 이후 최고 수준…전시경제 전환에도 성장률 '반토막'
국방비, 냉전 이후 최고 수준…전시경제 전환에도 성장률 '반토막'

OSINT(오픈소스 인텔리전스) 분석가 비탈리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4월 한 달간 우크라이나 영토 177㎢를 점령하는 데 그쳤다. 반면 그 대가로 장비 약 4800점 파괴, 인원 약 3만 6600명의 손실을 입었다. 우크라이나군 참모본부 등 공식 발표를 토대로 집계한 결과다. 한편 폴란드의 로찬 컨설팅 소속 분석가 콘라트 무지카는 같은 기간 우크라이나군의 손실은 '최소한'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국토 면적(약 60만 3500㎢)의 약 19%를 점령한 러시아가 현재의 진격 속도와 손실률을 유지한다면, 전토 점령 시점은 2256년으로 추산됐다. 이 과정에서의 예상 인원 손실 1억 100만 명은 러시아 현재 인구(1억 4400만 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 막대한 손실에도 병력은 '최대 규모' 유지
이처럼 막대한 손실에도 러시아군이 작전 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병력 충원 체계에 있다. 미 유럽사령부(USEUCOM)의 크리스토퍼 카볼리 사령관은 지난 4월 미 의회 증언에서 "러시아 정부가 달마다 3만 명의 신규 병사를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상자 다수가 전선에 복귀하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달마다 잃는 인원보다 더 많은 신규 인원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볼리 사령관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군은 약 60만여 명으로 전쟁 기간 중 최대 규모다. 침공 초기(2022년 2월)와 비교하면 거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러시아 정부는 스쿠터, 소형차, 버스 등 민간 차량까지 동원해 군에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병력 충원이 가능한 배경에는 '돈'과 '분위기'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독일 국제안보연구소(SWP)의 야니스 클루게 부소장은 러시아군의 기록적인 입대 규모는 "고액의 계약 보너스와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돈'과 '분위기' 언제까지…경제는 '불안한 줄타기'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카볼리 사령관은 "러시아 국방 예산은 총지출의 40%를 차지할 것이며, 이는 냉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국방비 비중(1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러시아 정부는 막대한 군사비를 충당하려고 올해 개인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했으며,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높은 군사 지출 유지 방침을 시사했다.
막대한 국방 지출은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경제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카볼리 사령관은 "국방 지출의 직접적인 결과로 산업 기반 투자가 늘어 실업률이 2.4%까지 낮아졌다"며 "러시아 경제는 전시 체제에 있으며 당분간 이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유가 하락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따른 에너지 수출 차질 때문에 올해 GDP 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둔화할 전망이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알렉산더 콜리안더 분석가는 "러시아 지도부가 국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경제 발전 우선순위를 변경하고 있으며, 군수산업이 최상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에서 큰 손실을 감수하며 막대한 재정으로 전쟁을 지속하려는 러시아 지도부는 경제와 정치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으며, 전쟁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카볼리 사령관은 "러시아 정권은 서방과의 장기적인 대립에 대비해 군사·경제·사회 구조를 재편했다"며 "이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걸쳐 서방과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제도적인 변화"라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