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룸버그에 따르면 워싱턴주 북서단에 위치한 포인트 로버츠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 남쪽에 위치한 미국 영토로 육로로 접근하려면 캐나다를 거쳐야 하는 지리적 특수성 탓에 캐나다인 방문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 병합 가능성을 언급하자, 캐나다인들의 반미 정서가 고조되며 국경 방문이 급감했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 3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의 국경 통과 횟수는 전년 동기 대비 22% 이상 감소했다. 특히 포인트 로버츠 인근 블레인의 피스아치 국경에서는 4월 첫 2주간 캐나다발 남행 차량 통행량이 전년 대비 52% 급감했다.
포인트 로버츠의 유일한 식료품점인 ‘인터내셔널 마켓플레이스’의 주인 알리 헤이튼은 “우리는 캐나다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여름철 매출의 80%가 캐나다 방문객에게서 나온다”며 “현재 매출이 전년 대비 30% 감소해 재고 주문을 줄이고 환율도 낮췄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캐나다 고객들이 관세를 우려해 물건을 반품하거나 구매를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포인트 로버츠에는 캐나다인들이 미국 내 배송품을 수령하기 위해 이용하던 소포 수령 서비스 업체들도 다수 있었으나 이들 중 한 곳은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75% 급감해 문을 닫았다.
현지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국경이 폐쇄됐던 시기와 유사한 경제적 충격을 겪고 있지만 당시와 달리 연방정부의 지원이 없어 더욱 어렵다고 호소한다. 포인트 로버츠에서 식당 두 곳을 운영하는 캐나다-미국 이중국적자 타마라 한센은 “이곳은 광산 마을과 같다. 광산이 문을 닫으면 마을도 죽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포인트 로버츠를 캐나다에 넘기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헤이튼은 “우리는 완전히 고립된 느낌이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렇게 느낀다”고 전했다.
한편, 캐나다 내에서는 미국 제품과 여행에 대한 보이콧이 확산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은 전년 대비 약 18% 감소했다. 또 캐나다 소비자들은 미국산 제품 대신 자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미국산 주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