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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걀값, 3년 새 3배 '대란'…최대 업체 캘-메인 '사상 최대 이익'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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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걀값, 3년 새 3배 '대란'…최대 업체 캘-메인 '사상 최대 이익' 논란 확산

조류 독감발 공급 부족에 가격 폭등…캘-메인, 10억 달러 순이익 눈앞
법무부 가격 담합 조사 착수… 캘-메인 "시장은 희생양 찾는다" 반박
미국에서 조류 독감 여파로 달걀 공급이 줄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미국 최대 달걀 생산 업체인 캘-메인 푸드는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며 가격 폭리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에서 조류 독감 여파로 달걀 공급이 줄고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졌다. 미국 최대 달걀 생산 업체인 캘-메인 푸드는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며 가격 폭리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로이터
미국 전역 달걀 가격이 3년 새 3배 가까이 폭등하며 '달걀 대란'이 현실화했다. 미국 최대 달걀 생산 업체인 캘-메인 푸드(Cal-Maine Foods)가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회사의 주가는 두 배로 치솟았으며, 미 법무부도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캘-메인 푸드는 약 5000만 마리 닭을 사육하며 미국 전체 달걀 판매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업체다. 달걀값 폭등 속에 회사의 주가가 두 배로 치솟자, 식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정치권과 규제 당국이 캘-메인을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미 법무부는 지난 3월부터 전국적인 달걀값 상승 원인을 조사하며 캘-메인을 포함한 업체들의 가격 책정 관행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시시피주 잭슨 외곽에 자리한 캘-메인 본사는 직원 60명이 2층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작은 규모다. 오랫동안 가족이 지배해 온 이 회사는 상장사임에도 투자자 대상 실적 발표회를 거의 열지 않는 등 낮은 인지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셔먼 밀러(Sherman Miller) 캘-메인 CEO는 커지는 비난 여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밀러 CEO는 WSJ과 인터뷰에서 "모든 일에 누군가는 비난받아야 한다. 그들은 희생양을 찾고 있다"며 "우리가 달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힘을 통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조류 독감에 쏠린 비난…캘-메인의 항변


캘-메인 밀러 CEO는 미시시피에서 나고 자라 평생 회사를 위해 일했다. 그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조류 독감 발생이 시작된 2022년 CEO로 취임했다. 그는 위기 동안 과잉 생산을 피하고 이익을 쌓아두는 '현명하고 보수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자평한다. 달걀 업계는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수요-공급 불균형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미국인은 해마다 약 279개의 달걀을 소비하고, 닭 한 마리는 한 해 약 300개를 낳는다. 사람 수 대비 닭 개체 수는 수년간 균형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조류 독감이 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이후 1억5000만 마리가 넘는 닭이 폐사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해, 한 마리만 병에 걸려도 전체 무리를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캘-메인은 2023년 12월까지 조류 독감 발생이 없었고 대부분의 경쟁사보다 닭 폐사 비중이 적었다. 밀러 CEO는 자사 피해가 적었던 것에 대해 "그 과정에서 100% 신의 개입이 있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생물 보안 강화를 위해 회사는 7000만 달러(약 979억 원)를 투자했다.

달걀 12개 가격이 처음으로 6달러(약 8391원)를 넘어서자 소비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부활절에 감자에 색칠한다는 농담이 나왔고, 와플하우스(Waffle House), 데니스(Denny's) 같은 식당 체인점들은 달걀 메뉴에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일부 식료품점에서는 달걀 매대가 텅 비고 구매 수량 제한을 두기도 했다.

◇ 베일 싸인 캘-메인, 순이익 10억 달러 눈앞


캘-메인은 1957년 프레드 애덤스 주니어(Fred Adams Jr.)가 닭 사료 배달 사업에서 시작해 농장을 인수해 설립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와 메인의 농장을 인수하며 현재의 이름을 붙였다. 1996년 상장 당시 가족 소수가 초의결권 주식으로 과반수 의결권을 유지했다. 창업자 애덤스의 사위인 어돌퍼스 베이커(Adolphus Baker)가 사업을 물려받아 2010년 CEO가 되었고, 소규모 업체를 인수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회사는 2014년 처음으로 한 해 10억 다스(120억 개) 이상을 판매했다. 어돌퍼스 베이커는 현재 회장 직을 맡고 있다.

회사의 한 해 순이익은 10억 달러(약 1조3985억 원)를 넘어섰다. 이는 1년 전보다 4배 증가한 수치다. 시장 가치는 지난 2년 새 두 배가량 올라 약 50억 달러(약 6조9925억 원)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최고 성과를 낸 주식 중 하나로 꼽힌다.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하자 애덤스 가문의 후손들은 보유 지분 현금화에 나섰다. 가족 구성원 5명은 초의결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지난달 기준 각자의 지분 가치는 최소 1억 달러(약 1399억 원)에 달했다. 회사는 이들로부터 5000만 달러(약 699억 원) 상당의 주식을 자사주로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캘-메인은 부채를 지는 것을 꺼리는 편이며, 약 10억 달러(약 1조3985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 특이한 달걀 시장 구조…"소비자 희생" 비판


달걀 시장은 돼지, 옥수수 등 다른 주요 상품과 달리 CME 그룹(CME Group) 같은 대형 거래소에서 선물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복잡한 구조다. 주로 월마트(Walmart), 크로거(Kroger) 같은 대형 고객과 캘-메인 같은 공급 업체가 계약을 통해 거래한다. 캘-메인은 한 해 판매량 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수요 급증 때 온라인 달걀 거래소(Egg Clearinghouse) 같은 사설 거래소에서 다른 공급자로부터 10~25%를 사들였다.

이 지점에서 비판 여론이 나온다. 미국 농업 분야 감시 단체인 팜 액션(Farm Action)의 조 맥스웰(Joe Maxwell) 공동 설립자는 "우리가 보는 것은 캘-메인이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용하여 막대한 돈을 주머니에 넣고, 주주들에게 돈을 지급하며, 소유주들에게 5억 달러(약 6993억 원)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소비자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팜 액션 등 비판론자들은 캘-메인이 달걀 거래소에서 달걀을 사들이는 행위가 공급 제한을 부르고, 이러한 구매가 업계 벤치마크 가격 산정에 반영돼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조류 독감 발생 중 생산량을 더 늘리거나 가격을 낮추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캘-메인 경영진은 닭 개체 수는 약 2년 전에 계획되며, 다른 생산자로부터 달걀을 사들이는 것이 수요 급증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반박한다.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추가 병아리를 키우고 먹이를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수요가 줄어들 경우 생산된 달걀을 매립지로 버려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밀러 CEO는 달걀 생산의 특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나가서 기계를 켜거나 추가 근무를 해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위젯(widgets)이 아니다. 이는 긴 계획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닭이 알을 낳을 만큼 성숙하는 데 약 6개월이 소요되는 등 생산에는 긴 계획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가격 조작 비난 과거부터…앞으로 전망은


캘-메인이 달걀 가격을 조작했다는 비난은 이전에도 있었다. 2020년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캘-메인을 고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당시 가격 상승은 공황 구매 탓이라고 반박했으며, 해당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2023년에는 시카고 연방 배심원단이 캘-메인을 포함한 대형 생산자들이 2000년대 초 가격 인상을 위해 공급을 제한했으며, 이로 인해 식품 제조사들이 비용 부담을 안게 됐다고 판결했다. 배심원단은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켈로그(Kellogg) 등 여러 회사에 5300만 달러(약 741억 원)의 손해 배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캘-메인 측은 불법 행위를 부인했다.

역사적으로 달걀은 다스당 1달러(약 1399원)에서 2달러(약 2797원) 수준이었다. 캘-메인 경영진은 현재의 높은 가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식료품점이나 식당에 판매되는 도매 달걀값은 이미 최고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회사는 지난 한 해 산란계 수를 14%, 부화 가능한 병아리 수를 24% 늘렸다. 맥스 보먼(Max Bowman) 캘-메인 재무 책임자는 "우리의 사업은 급등했다가 다시 내려오는 특성이 있다"고 밝혔다. 보먼 재무 책임자는 또한 "최고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그래야 최저점을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농업부는 다른 나라로부터 달걀 수입을 늘리고 생물 보안 업그레이드에 대한 추가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캘-메인을 포함한 업계는 산란계 백신 개발을 바라지만, 이는 복잡한 문제로 남는다. 캘-메인 밀러 CEO는 본사로 돌아가는 길에 부정적인 관심에 더 많이 대처하지 못한 점 외에는 이번 위기 대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밀러 CEO는 캘-메인 직원들에 대해 애정을 드러내며 "이 사람들은 가족과 같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