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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아시아 초부유층 '美 자산 이탈'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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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아시아 초부유층 '美 자산 이탈' 촉발

패밀리오피스들 "미국 주식·국채 익스포저 축소"..."30년 만의 전례없는 매도세"
중국·홍콩 시장으로 자금 이동..."정책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 지적
2025년 5월 6일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5월 6일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P/뉴시스
아시아 최고 부유층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해 미국 자산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수십억 달러 규모 자산을 관리하는 약 10개 패밀리오피스와 초부유층 자문사들이 미국 주식과 국채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하거나 투자를 동결 중이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급격한 정책 변화와 경기 침체 위험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중국 억만장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한 패밀리오피스는 미국 주식을 완전히 매각하고 수익금을 아시아로 이전할 계획이다.

유럽 대형 민간은행의 한 고위 임원은 "전 세계 부유층과 기관들의 미국 자산 매도 규모가 지난 30년 동안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보다 지속적인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 인피니티 패밀리오피스의 헨리 하우 CEO는 "일부 가문이 처음으로 미국 지분의 부분적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 가족들은 닷컴 버블,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글로벌 위기도 견뎌내며 미국 자산에 대한 믿음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미국 포트폴리오의 20%-30%를 중국과 유럽에 재할당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불과 몇 달 전 아시아 비즈니스 엘리트들이 트럼프의 재선에 환호하며 은행과 기술주들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홍콩과 중국 본토는 미국 자산으로부터의 자금 이탈로 수혜를 입고 있다. 중국 주요 기업들이 다수 상장된 홍콩의 벤치마크 지수는 올해 13% 이상 상승한 반면, S&P 500 지수는 약 3% 하락했다.

홍콩 중룬 로펌의 클리포드 응 매니징 파트너는 "중국 재계는 반무역 매파인 트럼프보다 협상가 트럼프를 기대했다"며 "고액 순자산 고객들은 글로벌 자본 배분을 축소하고 재평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기반 클릭 벤처스의 카먼 챈은 "많은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더 매력적인 중국과 홍콩에 더 많은 비중을 투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세계 최대 금융시장의 매력이 약화되면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자금 이동을 반영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과 아문디도 고객들이 미국에서 벗어나 유럽과 아시아로 자금을 이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자금 이탈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자산은 여전히 많은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일부 패밀리오피스들은 적극적인 매각보다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세 명의 패밀리오피스 임원들은 "미국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안전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초고액 자산가 고문들은 "고객들이 중국 본토 투자 확대에 여전히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시진핑의 정책 지원 증거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