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히면서도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고율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다음달 8일 예정된 글로벌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주요국에 압박을 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협정을 연장할 수도 있고, 더 일찍 끝낼 수도 있다”며 “편지를 보내 ‘축하합니다, 25% 관세를 내게 될 겁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제 각국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 직접 통보할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무역협정 없이 관세만 부과될 것임을 시사했다.
◇ 캐나다 디지털세에 즉각 보복…“무역협상 전면 중단”
이같은 발언은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이 같은 날 오전 “협상은 노동절(9월 1일)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힌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그는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지금 진행 중인 18개국과의 협상은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워싱턴에서 무슨 일이든 미리 끝나는 법은 없다”며 베선트 장관의 언급을 뒤집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 EU·아시아 주요국과 협상 지지부진…무역협정 현실성 의문
미국은 유럽연합(EU), 일본, 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 가운데 일부 국가와는 초기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공식 발표된 무역협정은 5월 발표된 영국과의 ‘프레임워크 합의’가 유일하다. 이 역시 몇 쪽 분량의 문서에 불과하며 구체적인 조항 없이 협의를 이어간다는 내용만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런던에서 중국 측과 합의한 내용도 “무역협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상호 제재 조치를 일부 철회한 수준에 그쳤다.
한편, 유럽 측은 미국의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디지털세 등 우리의 입법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며 “관세와 비관세 장벽, 전략적 조달 문제 등은 논의할 수 있으나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는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편지 한 장으로 45% 관세”…초고속 압박전, 시장은 ‘불안’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협상이 기존 협정과 달리 문서화보다 협상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강한 협상 전략으로 많은 국가들이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10여 개국과의 합의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가 주요국 외교장관들과 직접 접촉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은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와 협정 맺을 필요는 없다”며 “일부는 그냥 편지로 ‘25, 35, 45% 관세를 내게 될 것이다’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처럼 18개국 이상과의 협정을 수개월 내 체결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과거 행정부들은 몇 개국과의 협상에도 수년이 걸렸고, 통상 수백 쪽에 달하는 정식 문서를 작성해왔기 때문이다.
◇ 관세 합법성도 논란…법원 “보복관세는 위헌 소지”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상호관세’ 일부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항소 절차가 진행 중이며 백악관은 필요시 연방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이다. 법원 판결 결과에 따라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전략은 큰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베선트 장관은 “협상이 여의치 않으면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수준으로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현재 18개 주요 교역국을 우선순위로 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