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이 기존의 전통적인 전면전 대비에서 벗어나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전력 중심의 '고슴도치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과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고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중국이 오는 2027년까지 대만 침공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평가와 맞물려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대만은 중국의 침공 시 미국의 개입 전까지 자력으로 버틸 수 있는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무기 체계와 병력 운용 방식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침공 저지 경험을 참고해 드론,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기뢰 등으로 구성된 다층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고지대에 설치된 '페이브 포즈' 조기경보 레이더를 통해 최대 3500마일(약 5600km) 거리의 미사일 위협을 탐지하고 있다. 또 미국산 패트리엇미사일과 NASAMS(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국산 '천궁' 시리즈 등으로 항공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 해상 침공에 대비해 '웅풍' 시리즈와 미국산 하푼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며 기뢰 투하 능력을 갖춘 기뢰부설함도 도입하고 있다.
드론 전력 강화도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대만은 향후 5년간 3200대 이상의 공격용 드론을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지난해 드론 운용 교육을 위한 군사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 전환에는 인력 부족이라는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군 병력 충원율은 78%에 불과했다. 저출산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청년층의 군 복무 기피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대만은 지난해부터 의무 복무 기간을 4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하고 병사 급여를 월 최대 400달러(약 54만원) 인상하는 등 복무 여건 개선에 나섰다.
미국과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내부 지침 메모에서 "중국의 대만 무력 점령을 저지하는 것이 미 국방부의 최우선 전략 과제"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 정책 속에서도 대만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 내 야당인 국민당의 반대로 예산 증액이 지연되고 있다. 국민당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며 군사적 긴장 완화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정치적 분열은 대만의 방위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은 이러한 내부 분열을 이용해 대만의 방어 체계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대규모 군사 훈련을 통해 상륙 작전 능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대만은 이에 대응해 14일간의 한광(漢光) 군사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며 자주 국방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병력 부족, 정치적 분열,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대만의 방위 전략에 도전 과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