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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달러 약세, 美 관세 협상 대상 아냐"...시장 반응은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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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달러 약세, 美 관세 협상 대상 아냐"...시장 반응은 '시큰둥'

베선트 美 재무 "달러 강세 선호'' 불구...시장은 '암묵적' 달러 약세 인정 분위기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세계 각국과 진행 중인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의제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통화정책을 다루는 유일한 인사이며, 베선트 장관이 직접 참석하지 않는 한 교역 상대국과 통화정책 관련 논의는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외교 및 무역 실무진이 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다루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달러 약세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를 무역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의 외환 당국자들이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환율과 관련한 실무 협상에 나섰다는 소식에 한국 원화는 이날 달러 대비 2% 넘게 급등했다. 지난달 진행된 한미 간의 ‘2+2 통상협의’에서 양국은 환율을 의제 중 하나로 선택했고, 세부 방안을 놓고 본격적인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초에는 대만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만 달러화 절상 요구를 받았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만 달러화가 30여 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블룸버그의 보도에 대해 별도의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달러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 세계 주요 통화 대비 약 8% 하락했다. 달러화 약세가 심화하자 무역 정책과 함께 환율 정책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커지며 전 세계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부쩍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특히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국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들어 미국이 여러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 일부 관세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이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한 상태다.

이날 환율 문제가 무역 협상의 의제가 아니라는 보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원화가 달러 대비 1400원 이하에서 강세 흐름을 유지한 것도 미국이 약달러 정책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이 쉽게 해소되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이날 하락 기조를 이어갔다.

아메리벳 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미국 금리 거래 및 전략 책임자는 "시장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극도의 변동성은 현재 무역 불확실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이 적극적으로 달러 약세를 추구하고 있다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써왔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 춘계 회의에 이어 최근 밀켄 연구소 행사에서 "미국이 전 세계 자본의 '최우선 목적지'"라고 언급하며 달러 강세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또한 지난 주말 중국과의 무역 협상 이후에는 "환율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의 달러 강세 추구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암묵적인 달러 약세 기조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시카고 소재 카로바르 캐피털의 해리스 쿠르시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환율 조율 논의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외환 트레이더들은 분명히 촉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미국이 무역 협상에 환율 문제를 공식적으로 포함하든 그렇지 않든, 시장은 이미 약 달러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