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 의존도 축소·공급망 다변화·기술 자립 전략으로 대응
"시간은 중국 편"...크리스마스 쇼핑시즌과 중간선거 압박 활용
"시간은 중국 편"...크리스마스 쇼핑시즌과 중간선거 압박 활용

시 주석의 낙관적 자세는 트럼프 첫 임기 이후 지난 7년간 중국이 미국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 온 노력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수출 가치를 2018년 이후 6년간 1조 달러 이상 증가시켰는데, 이는 중국이 매년 미국에 수출하는 가치의 약 두 배에 달한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총 수출액은 3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트럼프가 4월 2일 중국에 34%의 '호혜적' 관세를 발표했을 때, 중국은 협상을 모색하는 대신 반격을 선택했다. 트럼프가 관세율을 84%, 다시 125%로 인상할 때마다 중국은 차례로 대응해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145%에 도달할 때까지 맞대응했다.
이번 관세 전쟁에서 중국은 시간적 우위도 활용했다. 2026년 가을 미국 중간선거와 연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이라는 두 가지 마감 시한은 트럼프에게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매년 많은 상품이 중국에서 미국 소비자를 위해 수출되는데, 중국 공급업체의 주문이 가장 많은 시기는 6월이다. 만약 관세가 계속됐다면 미국 소비자들은 올해 말 제품 부족 사태를 맞았을 가능성이 컸다.
중국은 공급망 다각화를 통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도 구사했다. 2018년 이후 미국으로부터의 식량 수입 점유율을 줄이고, 대두 공급처를 브라질 등으로 다변화했으며, 중앙아시아 등에서 밀 생산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희토류와 같은 핵심 물질에서의 우위도 중국의 강점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 이를 제련하는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이러한 물질 없이는 미국의 첨단 기술과 무기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또한, 중국은 과학기술 분야의 자립도 높이기 위해 산업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첨단 기술 수출 금수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노동 집약적, 수출 지향적 경제에서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 주석에게는 더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타이완과의 통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는 대만 위기 발생 시 중국에 대한 서방의 대응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고, 이에 대비해 시 주석은 경제적 자립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왔다.
한편, 이번 교착상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전술의 한계도 드러냈다. 4월 2일 관세 발표 이후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와 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며 입장을 바꿨지만, 그의 전략은 준비가 되어 있고 타격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 상대에게 역효과를 낳았다. 이로 인해 트럼프의 강한 지도자 이미지도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30%로 인하됐지만, 중국 수출업계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 같은 중국의 주요 대미 수출품은 상호 관세에서 면제되지만,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공장의 해외 이전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중국의 온라인 소매업체 쉬인과 테무가 지배하는 소형 패키지 수출 부문에 공급해 온 공장들의 파산이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한 실업률 증가는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모두 체면을 중시하는 상황에서 관세 전쟁의 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협상의 결과는 불투명한 상태다.
결국, 이번 대치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의 공세에 당황하지 않고 맞서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전략적 승리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 모두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