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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자동차, 美 100% 관세 뚫다… 1.7조 볼보 공장 우회 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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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리자동차, 美 100% 관세 뚫다… 1.7조 볼보 공장 우회 거점

딜러망·생산기지 사전 확보로 현지화 승부수 던져
규제 사각지대 파고드는 우회 전략… 북미 시장판도 흔든다
중국 지리자동차(Zhejiang Geely Holding Group)가 볼보와 폴스타 등 서구권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본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지리자동차(Zhejiang Geely Holding Group)가 볼보와 폴스타 등 서구권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본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매기며 시장 진입을 가로막은 가운데, 중국 지리자동차(Zhejiang Geely Holding Group)가 볼보와 폴스타 등 서구권 브랜드를 앞세워 미국 본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지정학 갈등과 통상 마찰이 겹친 상황에서, 이미 미국 현지에 생산기지와 딜러망을 확보한 지리자동차의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4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리자동차는 단순한 차량 수출을 넘어 유럽 명차 브랜드 인수로 확보한 현지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의 무역 장벽을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유휴 설비 넘치는 1조 7000억 원 규모 찰스턴 공장이 핵심 무기


지리자동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 세운 볼보 공장이다. 약 11억 8000만 달러(약 1조 7422억 원)를 투입해 완공한 이 공장은 1년에 1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자랑한다. 지난해 실제 생산량은 1만 8500대에 머물러 빈 설비가 아주 많은 상태다.

볼보는 이 빈자리를 활용해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C60의 현지 생산을 추가하고 1년에 4만 5000대의 물량을 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루이스 레젠데 볼보 미주 담당 사장은 지난해 12만 2000대 수준이었던 미국 판매량을 20만 대로 끌어올리고, 이 가운데 60%를 현지 생산으로 채우겠다고 지난해 12월 CNBC 대담에서 밝혔다.

이는 신규 브랜드가 미국에 진출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생산 시설과 서비스망 구축 문제를 지리자동차가 한 번에 해결했음을 뜻한다.

자동차 컨설팅업체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투 레 대표는 이번 사안을 두고 "미국 시장에서 딜러망과 서비스 인프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며 "지리는 이미 준비를 마친 인프라를 거쳐 미국 소비자와 접점을 굳건히 다졌다"고 말했다.

고급 전기차 '지커' 출격 대기… 2.3조 원 규모 합작 모델로 규제 돌파

관련 업계에서는 지리자동차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미국 진출의 선봉에 설 것으로 진단한다. 지커는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와 손잡고 샌프란시스코 로보택시용 차량을 공급하며 미국 현지에서 기술 신뢰도를 한층 높였다.

시장조사업체 '텔레메트리 인사이트(Telemetry Insights)'의 샘 아부엘사미드 부사장은 "지리 그룹 산하 브랜드 가운데 지커 경영진이 미국 시장 도입 의지를 가장 강하게 드러낸다"며 공식 상륙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비슷한 우회로를 찾고 나섰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약 16억 달러(약 2조 3624억 원)를 투자해 중국 리프모터(Leapmotor) 지분 20%를 확보한 뒤, 기존 친숙한 브랜드의 외피를 씌워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지리자동차 역시 관세 장벽을 피하고자 볼보 공장을 직접 공유하는 방식을 함께 검토하는 동향이 포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 노동자를 고용한다면 환영한다"며 현지 고용을 조건으로 유화 태도를 보인 점도 지리자동차의 거점 활용 전략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현지화 거점 확보가 판도 가른다


지리자동차의 발빠른 행보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경쟁 양상이 단순한 수출입을 벗어나 현지 공급망 장악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중국 배터리 기업 CATL이 포드와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시간주에 공장을 세워 보조금 규제를 우회한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우회 침투 방식이 북미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통상 마찰을 피하는 정교한 현지화 전략과 서구권 브랜드의 튼튼한 안전 이미지를 하나로 묶어낸 지리자동차의 시도가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뒤흔들 가장 강력한 변수로 작용한다고 증권가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