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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일손 10만 명 모자라...호주 잠수함 공급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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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선업 일손 10만 명 모자라...호주 잠수함 공급 차질 우려

기술 이민자 활용한 '조선 인력-시민권' 방안 검토
2025년 1월 28일 그리스 아테네 근처 스카라망가스에 있는 스카라망가스 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유조선의 뱃머리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1월 28일 그리스 아테네 근처 스카라망가스에 있는 스카라망가스 조선소에서 작업자가 유조선의 뱃머리를 수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이 심각한 조선 일손 부족으로 국방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민자를 활용한 노동력 확보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 15(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호주와 맺은 오커스(AUKUS) 협정에 따른 잠수함 공급 의무를 이행하려면 새로운 인력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해군 해상 시스템 사령부는 미국 잠수함 산업이 앞으로 10년 동안 10만 명의 숙련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는 미국 조선업 규모가 경쟁국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미국 조선업, 중국·한국과 격차... 10만 명 인력 부족


미국 해군 해상 시스템 사령부(NAVSEA)는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해군 핵심 전력의 생산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2022년부터 2032년까지 10만 명의 숙련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2023년 미국의 선박 생산량은 157000톤에 그쳤으며, 이는 같은 해 중국(3280만 톤)5% 수준밖에 안 된다. 한국(1800만 톤), 일본(900만 톤)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 수치다. 오커스 동맹국인 영국(64000)과 호주(4300)조차 생산 규모가 작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숙련 인력의 이탈과 조선소 통폐합이 가속화되면서 공급망 전체가 위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인력난은 해군뿐 아니라 민간 조선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해군의 잠수함 산업 기반은 2022년 기준 정원 대비 25%가 부족한 상태로, 버지니아급 잠수함 등 주요 함정의 조기 인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용접공, 적층 제조 전문가, 수치제어 기계공 등 핵심 기술 인력의 부족이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 인력-시민권' 이민 프로그램, 숙련 인력 확보 대안으로 부상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내에서는 숙련 이민을 통해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ASPI'조선인-시민권(Shipbuilder to Citizen)' 프로그램을 도입해, 일정 기간 조선업에 종사한 숙련 인력에게 영주권과 시민권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군대를 포함한 핵심 분야에 귀화 정책을 활용해왔다. 해마다 5000명 이상의 비시민권자가 미군에 입대하며, 이들은 일반 시민권자보다 오래 복무하는 경향이 있고, 자녀들도 군에 입대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조선 인력-시민권' 방안을 통해 용접공, 적층 제조 전문가, 수치 제어 기계공 등 숙련 기술자들이 일정 기간 업계에서 일한 뒤 영주권과 시민권을 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숙련 기술직은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세대를 넘어선 장기 투자가 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새 방안은 잠수함 산업 기반 강화와 함께 이민 제도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행 미국 이민 정책은 학위 소지 전문가나 비숙련 계절 노동자에 중점을 두어 숙련 기능공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미국은 EB-2 고학력 독립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인공지능 연구원, 생의학 엔지니어 등 첨단 분야 인재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업 숙련 기능공 역시 이민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안 문제도 이민 정책으로 오히려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규정상 미 해군 함정 건조나 수리는 시민권자만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비시민권자나 불법 이민자들도 관련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법 경로가 있다면 하청업체들은 이들을 드러낼 수 있고, 해군은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민자들은 선체 용접처럼 기술적으로 덜 민감한 작업에 배치하고, 민간 조선업에 집중 투입해 미국 시민들이 보안이 필요한 해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다.

국내 일자리 감소 우려에 보고서는 "현 상황은 일손 부족이 문제이며, 국방 제조 가속 훈련 프로그램도 3년 동안 700명의 졸업생만 배출했다""이민자가 대규모로 들어와도 국내 노동 인구의 기회를 제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 전 미 해군장관은 이미 조선소를 위한 이민 경로 확대를 제안했으나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민 기반 노동력 활용은 이미 한국 조선업에서 성공했으며, 미국에도 특별한 이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델 토로는 "합법적 이민 확대와 비자 정책 개선이 조선업 인력난 해소의 열쇠"라고 강조하며, "블루칼라 숙련 인력의 이민 유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이민 기반 숙련 인력 확보는 국내 노동시장과 경쟁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편, 미국 해군은 보안상 이유로 시민권자만이 해군 함정 건조·수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시민권이 없는 이민자들이 이미 현장에서 일하거나 사고로 사망한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ASPI"합법적 이민 경로를 마련하면 하청업체와 해군 모두 인력 현황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 숙련 이민, 조선업 경쟁력 강화와 안보 동시 달성 기대


조선업계와 미 해군은 국내 인력 양성과 더불어 숙련 이민 확대가 인력난 해소와 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오커스(AUKUS) 프로그램의 성공적 이행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방 제조 가속 훈련 프로그램으로 3년간 700명 배출에 그친 현실을 감안할 때, 이민 기반 숙련 인력 유입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조선 인력-시민권 프로그램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보고서는 "미국의 오커스 1축(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호주 이전 계획) 이행을 위해 버지니아급 잠수함의 제때 공급은 인도-태평양 억제력 유지와 미-호주 관계 강화에 핵심"이라며 "조선 인력-시민권 방안이 미국의 정상 궤도 복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