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매니저 넘어 CEO까지... 세계 기업들 파격 실험 착수
24시간 효율 vs 감성 지능 한계... 데이터로 본 AI 리더십 현주소
24시간 효율 vs 감성 지능 한계... 데이터로 본 AI 리더십 현주소

AI 상사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이는 24시간 가동, 커피 브레이크나 휴가 불필요, 데이터 기반의 감정 없는 합리적 의사결정 등 효율성 측면에서 일리 있는 시도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비용 절감이나 인원 감축 상황에서도 인간과 같은 감정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거론된다. 비용 절감, 업무 속도 향상, 공정성 증대 등 실용적 이점이 부각된다.
하지만 큰 의문은 남는다. 과연 알고리즘이 팀을 이끌고, 직원을 고무하며, 복잡하게 얽힌 인간관계를 조율할 수 있을지 여부다. 직원의 동기를 북돋우며, 복잡한 인간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AI 상사· CEO 도입의 장점과 한계는 명확하다. 장점으로는 △24시간 가동 △데이터 기반의 감정 없는 합리적·공정한 의사결정 △루틴 업무 효율화 △비용 절감, 업무 속도 향상, 공정성 증대 등이 꼽힌다.
AI의 발전과 함께 기업들은 리더로서의 AI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조직들은 정형적 관리 업무에 AI 사용을 늘리고 있으며 2024년과 2025년 도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스케줄링, 분석, 워크플로우 승인 등에서 AI 활용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따르면 채용, 자원 배분 등 의사결정에서 인간 편향을 줄이려는 기업에게 AI의 공정함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반면 인적자원관리협회(SHRM) 등 인사 전문가들은 효과적 리더십에 감성 지능(EI)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창의성을 고취하는 요소는 최신 생성형 AI도 아직 충분히 해내지 못하는 영역으로 지적된다.
◇ 실제 AI 상사· CEO 도입 사례 살펴보니
2022년 9월, 폴란드 럼 및 주류 기업 디크타도르는 AI 탑재 휴머노이드 로봇 미카(MIKA)를 CEO로 임명해 화제를 모았다.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와 공동 개발된 미카는 병 디자인 선정, 마케팅 캠페인 승인, 전략 프로젝트 지휘 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역할을 맡았다.
디크타도르 경영진은 미카 도입 후 상품 디자인, 공급망 관리 등에서 의사결정 효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주요 전략/재무 결정권은 여전히 인간 경영진에게 있으며, 비판론자들은 미카를 "실질적인 하이테크 비서"에 불과하다고 폄훼한다. 직원을 고무하거나 사내 정치를 조율하는 리더십의 미묘한 측면은 AI에게 아직 어려운 영역이라는 시각이다.
2022년 8월, 중국 게임/기술 기업 넷드래곤 웹소프트는 자회사 푸젠(Fujian) 넷드래곤 웹소프트의 '순환 CEO'로 AI 가상 휴머노이드인 탕 위 여사(Ms. Tang Yu)를 임명했다. 그녀는 업무 전반 감독, 실시간 데이터 분석, 인간 매니저 의사결정 지원 등을 위해 설계됐다.
넷드래곤은 탕 위 여사 도입 후 업무 효율 10% 향상, 공급망 관리 의사결정 오류 감소 등의 성과를 보고했다. 수천 개의 데이터 처리를 통해 인간이 놓칠 수 있는 비용 절감 기회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3년 테크크런치 보도처럼 직원 측면의 어려움도 나타났다. 일부 직원은 공감 능력 없는 AI '상사'에게 소외감을 느꼈고, 창의적인 협업이 필요한 팀에서는 사기가 저하되기도 했다.
영국 지식 공유 플랫폼 딥놀리지는 2022년 AI 시스템 바이탈(Vital)을 특정 운영 팀 매니저로 도입했다. 바이탈은 CEO가 아닌, 작업 할당, 프로젝트 진행 상황 관리, 지표 기반 직원 평가 등을 담당했다. 주로 원격 팀 생산성 최적화를 위해 데이터 분석과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활용됐다.
직원 중에는 AI 지시가 명확해 프로젝트 목표 모호함이 줄었다는 긍정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일부는 상시 감시당하는 느낌, 동기 부여 지원 부족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 데이터로 본 AI 리더십의 성과와 한계
이들 AI 리더십 도입 사례들은 AI가 의사결정 효율화, 업무 지원에 명확한 가치를 보이지만, 최고 리더십에 필요한 인간적 요소는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AI는 데이터 기반 정형 업무에 뛰어나지만, 인간적 관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한계를 드러낸다.
2023년 NPR의 고객 서비스 분야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AI는 생산성을 14% 높였지만, 인간 대체보다 보조 역할로서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는 AI가 인간 리더를 지원하는 도구로서 최적이며, 그 자체로 대체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감을 주거나 복잡한 판단을 요하는 상황에서는 인간 고유의 공감 능력, 유연성, 비전이 여전히 필수적이다.
◇ AI와 인간 리더십의 미래, '협업' 모델로 진화
AI 리더십 도입 사례들은 원대한 야심과 동시에 경고를 담는다. AI는 운영 최적화, 비용 절감 능력을 갖췄지만, 감성 지능, 전략적 비전 측면에서는 아직 불충분하다. 단독으로 경영 최상층을 맡기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의 AI 경영 활용 동향을 보면, 2024년 에이온(Aon) 조사에 따르면, 인사 업무에 AI를 도입한 기업의 85%가 시간 절약을 인지했으나, 윤리적/감정적 문제 대처에는 인간 감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2025년 테크리퍼블릭 예측에서는 2030년까지 기업 25%가 중간 관리 업무에 AI를 채택할 수 있으나, 여전히 인간 감독 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데이터 기반 반복 업무, 분석, 의사결정 효율화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만, 영감을 주고 복잡한 상황에서 창의적·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리더십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현재 가장 성과를 내는 기업들은 AI의 정확성과 인간의 통찰력을 결합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AI와 인간 리더의 '협업'이 미래의 해답임을 시사한다. AI는 인간 리더의 강력한 조력자 역할에 최적화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경영 리더십은 'AI와 인간의 협업'을 전제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