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日 초장기 국채 금리, 사상 최고치로 급등..."그리스보다 심각해"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日 초장기 국채 금리, 사상 최고치로 급등..."그리스보다 심각해"

30년물·40년물 국채 금리 사상 최고치...20년물 금리 25년 만에 최고치
2023년 4월7일 일본 도쿄 일본은행(BOJ) 건물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4월7일 일본 도쿄 일본은행(BOJ) 건물 앞을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의 초장기물 국채(JGB)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연거푸 경신하며 시장의 우려를 낳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30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3.14%로 상승해 해당 만기물이 처음 발행된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4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3.61%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서 다음 주 예정된 입찰을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을 높였다.

20년물 일본 국채 수익률도 약 15bp(0.15%포인트) 급등해 2000년 이후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20년 만기 국채 입찰에서 수요가 10여 년 만에 최저치에 그치자, 수요 부진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수익률 급등으로 이어졌다.
스미토모 미쓰이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이나도메 가쓰토시 수석 전략가는 "20년물 입찰 결과는 예상보다도 훨씬 나빴다"면서 "그동안 재정 확장에 대한 우려와 유동성 감소로 30년물과 40년물 국채를 매도하던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비교적 안정적이던 20년물까지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일본은행(BOJ)의 국채 매입 축소 움직임도 맞물리면서 국채 수익률 급등(가격 급락)을 견인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50%를 넘어선 상황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장기물 국채 금리 급등 배경에 일본 고유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겹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을 축소하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을 지탱해 왔던 보험사 등 주요 일본 국내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이 수급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최근 일본의 재정 상황을 “그리스보다 심각하다”고 언급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총리의 발언에 이미 높은 일본의 국가 부채 문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한층 부각된 것이다.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이시바 총리는 현재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일본은행, 국채 매입 축소 재검토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양적 긴축(QT) 계획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노린추킨 젠교렌 자산운용의 나가토모 료마 수석 펀드매니저는 "지금 같은 재정 리스크와 공급 과잉 상황에서는 초장기물 국채에 손대고 싶지 않다"면서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당국이 뚜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6월 정책회의에서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MUFG의 리서치 총괄 데릭 핼프니는 "장기물 부문에서 나타난 수요-공급 불균형은 일본은행이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속도를 늦추게 만들 수 있다"면서 "특히 입찰 실패가 이어질 경우 중앙은행은 테이퍼링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무성이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해 장기물 국채 발행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크 다우딩 RBC 블루베이 애셋매니지먼트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 재무성은 시장 상황에 맞춰 발행 일정을 조정하고, 시장의 변동성이 완화되고 여건이 정상화될 때까지 초장기 국채 발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염 효과' 우려도 확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일본 국채 매도세가 자국 자산에만 그치지 않고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금리 급등으로 일본의 기관투자자들과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국내로 자금을 옮길 경우,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은 “금리 급등은 일본 자금의 본국 회귀를 유도해 전 세계 장기 채권시장에 전염성과 추가적인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