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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아버지' 조너선 아이브, 오픈AI와 AI 하드웨어 혁명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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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의 아버지' 조너선 아이브, 오픈AI와 AI 하드웨어 혁명 이끈다

오픈AI, 아이브의 'io' 9조 원에 인수…'러브프롬' 통해 디자인 전반 지휘
'포스트 스마트폰' 정조준…영화 '그녀' 속 AI 비서 현실화되나
2017년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오른쪽)가 아이폰을 만져보고 있고, 조너선 아이브 당시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가 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17년 9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팀 쿡 애플 CEO(오른쪽)가 아이폰을 만져보고 있고, 조너선 아이브 당시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가 이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애플의 아이폰, 맥북, 애플워치 같은 혁신 제품 디자인을 이끈 조너선 아이브 전 애플 핵심 설계자가 그의 디자인 회사와 함께 오픈AI의 창의·디자인 부문을 총괄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오픈AI에서 인공지능(AI)의 미래 모습과 사용자 경험을 좌우할 소비자용 기기 개발과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 예정이다. 특히 오픈AI는 아이브가 세운 하드웨어 초기 기업(스타트업) '아이오(io)'를 약 65억 달러(약 8조9518억 원) 가치의 전액 주식 거래로 인수했다고 밝혔으며, 아이오 소속 엔지니어·과학자·제품 개발 전문가 약 55명이 오픈AI에 합류한다.

◇ '화면 너머의 경험'…아이브와 올트먼의 AI 기기 구상


이번 협력은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아이브의 디자인 회사 '러브프롬(LoveFrom)'이 이미 2년 전부터 '화면 너머의 경험'을 목표로 AI 기기 개발을 비밀리에 진행해 온 일의 연장선이다. 여러 관계자에 따르면, 양측은 소비자들이 기존 화면 방식(인터페이스)에서 벗어나도록 혁신 기기 개발에 몰두했으며, 헤드폰, 카메라를 단 착용형(웨어러블) 기기처럼 기존 스마트폰·개인용 컴퓨터(PC)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차세대 소비자 하드웨어를 구상하고 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AI라는 혁신 기술에는 완전히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아이브와 함께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제품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영화 '그녀(Her)'에서 영감을 얻은 음성 기반 AI 기기, 스마트 장신구(주얼리), 새로운 개념의 휴대용(핸드헬드) 기기 등 다양한 형태를 실험했다고 전해졌다.

선구자로 평가받는 디자이너 아이브와 AI 기술로 정보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는 오픈AI의 만남은 AI 기반 소비자 기술 시장에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영입으로 오픈AI는 미래형 기기부터 AI 로봇, 인간 수준의 AI 모델, 국제 자료처리(데이터) 센터망 구축까지 넓은 사업 영역에서 디자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 애플 출신 아이브의 역할은 오픈AI의 주력 상품인 챗GPT 차기 버전을 비롯해 오디오 기능, 모바일 앱 등 회사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 분야로 넓어질 전망이다.

◇ 아이브의 새 도전…"30년 경험, 이 순간을 위해"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조너선 아이브는 2019년 애플을 떠나 디자인 자문 회사 러브프롬을 차렸다. 러브프롬은 페라리, 에어비앤비, 이탈리아 고급(럭셔리) 상표(브랜드) 몽클레르와 협업한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로, 앞으로도 따로 운영하며 오픈AI의 고객사로서 디자인 용역(서비스)을 제공하고, 오픈AI 지분도 일부 보유한다. 아이브는 또한 AI 기반 신제품군 설계와 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아이오'를 따로 세워 운영해왔다.

지난 수요일 발표한 계약 조건에 따르면, 오픈AI는 아이오를 기업가치 65억 달러(약 8조9518억 원)로 평가하고 전액 지분 교환 방식으로 인수한다. 오픈AI는 이미 지난해 말 아이오 지분 23%를 확보했으며, 당시 오픈AI 초기 기업 투자 기금(스타트업 펀드)도 투자에 참여했다고 전해졌다. 아이오의 남은 지분 인수는 소비자와 기술의 상호작용 방식을 혁신해 온 아이브가 화면 없는 차세대 기기 개발의 선봉에 섰음을 뜻한다.

아이오 소속 엔지니어, 과학자, 연구원, 물리학자, 제품 개발 전문가 등 약 55명의 인력은 오픈AI로 옮기며, 러브프롬은 독립 법인으로 계속 운영한다. 오픈AI는 러브프롬의 주요 고객이 되며, 러브프롬은 오픈AI 지분을 일부 확보한다. 양사는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를 거쳐 2025년 여름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지난 30년간 경험이 이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역시 "30년 전 처음 애플 컴퓨터를 쓰며 느꼈던 기쁨과 놀라움, 그리고 창의 영감을 우리 팀이 다시 한번 세상에 선사하기를 희망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이브와 올트먼은 공동 성명에서 "두 사람의 오랜 우정과 협력이 이번 동반 관계(파트너십)의 밑거름이 됐다"고 언급했다.

◇ 오픈AI의 승부수…'AI 하드웨어'로 사업 확장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그동안 다양한 하드웨어와 기기 개발 가능성을 꾸준히 찾아왔다. 2020년에는 초기 기업 '휴메인(Humane)'에 투자하기도 했으나, 휴메인이 오픈AI 기술을 담아 출시한 'Ai 핀(Ai Pin)'은 시장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애플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올트먼은 약 1년 전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 공개를 앞두고 협력사를 찾을 때 관계 구축에 적극 나섰다. 그는 화면 중독의 해로움과 스마트폰의 일부 문제점을 공공연히 비판했지만,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 창업자를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는 오픈AI가 단순히 소프트웨어·AI 모델 기업에서 벗어나, 대중을 겨냥한 하드웨어와 소비자 제품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오픈AI는 최근 페이스북·인스타카트 출신 피지 시모를 영입해 소비자용 앱·제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 내부에서도 'AI 하드웨어가 10년 안에 아이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업계는 AI 기반 기기가 스마트폰·휴대용 컴퓨터(노트북)를 대체할 차세대 중심 기기(플랫폼)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 AI 하드웨어 경쟁 예고…'애플 대항마' 부상하나


앞으로 오픈AI는 다음 해 첫 AI 하드웨어 공개를 목표로 하며, 이 때문에 소비자 하드웨어 시장에서 애플과 직접 경쟁할 가능성도 나온다. AI와 디자인 혁신의 어우러짐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조너선 아이브와 오픈AI의 결합은 AI와 하드웨어,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되며,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 AI가 우리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지, 그리고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 틀(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꿀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오픈AI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모회사인 뉴스 코프(News Corp)와 콘텐츠 사용 계약(라이선스)을 맺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