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대만의 갈등은 오래된 문제지만 올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대중국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관계가 다시 냉각되자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며 로이터는 이같이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확률이 올해 초 ‘0%에 가까운 수준’에서 현재 12%까지 상승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차익거래 펀드 아라발리 자산운용의 무케시 데이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통화가 사라질 수도 있고 결국 ‘계속 투자하든지 아예 빠지든지’ 양자택일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대만 증시에서 약 110억 달러(약 14조9000억원)를 빼냈다. 이는 주로 관세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일부는 지정학적 불안 요소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주요 지수는 올해 6% 하락했다.
대만 침공 시 미국의 대응 여부는 투자자들의 중요한 판단 요소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중국이 공격하면 미군이 대만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도 강경한 대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만 방어 여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재취임 이후 ‘신세계질서’를 주장하며 기존의 외교 전략에서 탈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실질적인 방관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중국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이틀간 전쟁 게임을 벌이며 무력시위를 강화했고, 이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한층 자극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평화를 원한다”고 밝혔지만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이중적인 발언”이라며 “국가통일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고 비난했다.
골드만삭스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집계하는 ‘양안 리스크 지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발포 캐피털 그룹의 스티브 로렌스 CIO는 “무력 침공이 현실화되면 투자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될 것”이라며 “남아 있거나, 즉시 철수하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대만 시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TSMC’ 때문이다.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으로 엔비디아와 애플 등 주요 IT 기업들의 핵심 공급망이다. TSMC 덕분에 대만 증시는 올해 초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 기업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데이브 CIO는 “TSMC는 너무 큰 존재이기 때문에 미국이 반드시 대만을 방어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그러나 이는 희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만 소재 유니프레지던트증권 자문 부문 리팡궈 회장은 “실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외국인들이 과대 해석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지정학이 아니라 관세”라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 자문사 머서의 리치 누줌 글로벌 수석투자전략가는 “일부 고객들은 이런 위기에 대비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늘리고 있다”며 “해결책은 분산투자뿐”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