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호르헤 가르시아 쿠에르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는 전날 수도 대성당에서 열린 ‘테 데움(Te Deum)’ 미사에서 “형제애와 관용, 존중이 이 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피를 흘리고 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소외와 배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밀레이 대통령과 각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쿠에르바 대주교는 이어 “우리는 마약 범죄의 희생양이 된 젊은이들과, 오랜 기간 고통받아온 은퇴자들에 대한 연대를 새롭게 해야 한다”며 “퇴직자들은 약과 식품에 접근할 수 있는 존엄한 삶을 누려야 마땅하다. 이 상처는 오랜 시간 열려 있고 피 흘려왔지만 우리는 이제 이를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취임한 이후 극심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사회복지와 공공부문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이같은 긴축 정책으로 퇴직자들의 삶이 더 팍팍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은 매주 수요일마다 거리로 나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도 잦아지고 있다.
쿠에르바 대주교는 최근 아르헨티나 사회에 만연한 혐오 표현과 모욕적인 언행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선을 넘었다. 비난과 공격, 모욕과 중상이 일상이 됐다”며 “증오를 멈추자”고 호소했다.
실제로 밀레이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정치인, 언론인, 경제학자 등을 ‘원숭이’, ‘퇴물’, ‘저능아’ 등 비하 표현으로 지칭해 논란을 빚어왔다. 이날 미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대주교의 발언을 듣는 내내 굳은 표정을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