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통화 전문가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다이슨 응용경제정책학과 교수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을 인용해 “달러의 지배적 지위는 다른 나라가 탈환하지 않는 한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기고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해방의 날’ 관세 부과 조치,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독립성 훼손 시도, 법치주의 약화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 시스템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달러 패권의 붕괴는 오랜 시간 미국의 우방과 적대국 양측 모두가 기대해 온 일이지만 정작 그 지위를 대체할 준비가 된 국가는 없다”고 말했다.
달러의 위상을 위협할 것으로 거론돼 온 위안화, 유로화, 엔화 등은 여전히 자산 유동성과 제도적 투명성에서 미국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프라사드 교수는 “중국은 자본 이동을 제한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유럽은 정치적 불안정성과 재정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이유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여전히 국제 결제와 외환 보유에서 달러를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의 지위는 오히려 불안해 보이지만 달러를 밀어낼 만한 통화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운이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최근 미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감세안으로 인해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자산에 대한 ‘바이커스 스트라이크(구매 거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징후도 포착된다. 또 헤지펀드들이 관세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라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프라사드 교수는 이를 구조적 탈달러 흐름의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부 자본 이동은 자산 다변화 목적에 따른 것이며, 경쟁 통화권의 시장 규모나 유동성이 제한적인 탓에 이같은 흐름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금융 패권은 점진적으로 이동하다가 어느 순간 급변하는 사례가 역사적으로 많지만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는 미국 외의 통화가 중심이 될 만한 여건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달러의 회복력은 미국의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제도적 결함과 취약성 때문”이라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달러는 과도한 권한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