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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025년 LA 대형산불, 유럽 보험권 4.7조원 '손실폭탄'...전망치 대폭 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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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025년 LA 대형산불, 유럽 보험권 4.7조원 '손실폭탄'...전망치 대폭 상회

뮌헨 리·스위스 리 등 10개사 손실 확정, 로이즈도 23억 달러 추가 피해 예상
캘리포니아 사상 최악 산불 우려 속, 보험업계 기후변화발 위기감 고조
올해 초 일어난 캘리포니아 산불은 유럽 보험 대기업들에게 최소 35억 달러(약 4조7855억 원)의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초 일어난 캘리포니아 산불은 유럽 보험 대기업들에게 최소 35억 달러(약 4조7855억 원)의 커다란 손실을 안겨주었다. 사진=로이터
올해 초 일어난 캘리포니아 산불 때문에 유럽 보험 대기업들이 입은 재정 손실이 최소 35억 달러(약 4조785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험 손실은 주로 재보험금 청구에 따른 것으로, 독일, 영국, 스위스,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유럽의 10개 대형 상장사가 나누어 부담한다.

◇ 유럽 주요 보험사, 손실 눈덩이…전망치 훌쩍 넘겨


세계 최대 재보험사로 꼽히는 독일의 뮌헨 리와 하노버 리는 합쳐서 약 20억 달러(약 2조735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스위스 상장사인 스위스 리와 취리히 보험 그룹은 총 8억3000만 달러(약 1조1351억 원)의 타격을 입었다고 보고했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히스콕스, 랭커셔 보험, 컨듀잇 리, 비즐리는 합계 약 5억 달러(약 6838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신고했으며, 프랑스의 스코르와 악사도 각각 1억6700만 달러(약 2285억 원)와 1억 달러(약 1368억 원)의 손실을 발표했다.

이러한 손실 규모는 산불 발생 직후 분석가들이 전망했던 10억 달러(약 1조3684억 원)를 크게 웃돈다. 이번 재해로 말미암은 전체 경제 피해는 약 500억 달러(약 68조4200억 원)로 추산됐지만, JP모건 분석가들은 보험 업계 손실 규모를 약 200억 달러(약 27조3440억 원)로 예상했었다. 영국의 로이즈오브런던 역시 이번 LA 산불로 약 23억 달러(약 3조1445억 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2025년 유럽 주요 재보험사들의 자연재해 예산 중 30% 이상이 소진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LA 산불 관련 유럽 보험사 비용 규모.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LA 산불 관련 유럽 보험사 비용 규모. 도표=글로벌이코노믹

◇ LA 산불 피해 확산...'캘리포니아 역대 최악' 되나


지난 4월 말, 스위스 리는 LA 산불에 따른 보험 손실 추정치를 400억 달러(약 54조6880억 원)로 추가 상향 조정했다. 이번 LA 산불은 캘리포니아 역사상 인명 및 경제 피해가 가장 큰 재해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튼과 팰리세이즈 등 광역 로스앤젤레스 지역을 휩쓴 이번 산불로 3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수천 채의 주택과 건물이 불에 탔다. 산불에 따른 전체 보험금 지급액은 역대 캘리포니아 산불 중 최대 규모로, 보험업계 전체에 심각한 재정 타격을 주고 있다. CNBC는 유럽 보험사들이 전체 보험 손실액의 약 10%를 책임질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이외 지역에서는 일본의 재보험사인 도쿄 해상과 솜포가 3억4800만 달러(약 4757억 원)의 손실을 공시했다. 이 액수는 산불 발생 초기 JP모건 분석가들이 예상했던 6300만 달러(약 860억 원)를 크게 웃돈다. 스위스 리의 총 보험 손실액 예측이 현실화된다면, 이번 로스앤젤레스 산불은 과거 주요 산불들에 비해 피해 규모가 4배에 이르는 파괴력이 큰 재난이 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요 산불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캘리포니아 주요 산불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 기후변화 리스크 직면한 보험업계…구조적 변화 불가피


재보험사는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하며 고객과 직접 계약하는 처브 같은 원수 보험사에 보험을 제공한다. 재보험 계약은 통상 원수 보험사가 약 4억 유로(약 6228억 원)의 손실을 먼저 부담한 후 효력이 생긴다.

지난 2018년 캘리포니아 산불 당시 보험업계 전체는 약 160억 달러(약 21조8608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때 뮌헨 리가 5억 유로(약 7784억 원)로 가장 큰 손실을 안았다. 이러한 대형 재해 경험은 사고당 자기부담금(또는 초과액)을 과거 1억 유로(약 1556억 원)에서 현재 4억 유로(약 6231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과 유럽 보험사들의 손실 부담은 캘리포니아 안 다수 보험사의 출자로 마련한 공동 기금인 'FAIR 플랜(FAIR Plan)' 도입으로 일부 줄었다. 이 제도는 민간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기에 앞서 손실의 상당 부분을 먼저 흡수하게 하지만, 그런데도 민간 보험사들의 부담 또한 상당하다고 한다.

이번 LA 산불은 유럽 보험사들에게 예상보다 훨씬 큰 재정 충격을 안겼으며, 보험업계는 기후변화에 따른 대형 재난 위험 관리와 보험료 인상, 보험 인수 기준 강화 등 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